세목간 효율성에 대한 이러한 순위로의 평가는 조세제도의 효율비용 추정에 대한 국내의 연구자료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내의 연구결과는 미국에서 현재의 소득세를 근간으로 하는 조세체계를 소비세를 근간으로 하는 체계로 바꾸자는 근본적 세제개혁(fundamental tax reform)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논거와 같은 맥락에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부가가치세는 기업의 투자나 개인의 저축에 과세하지 않고 개인의 소비에만 과세하므로 국민경제의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논리에 기초한다.
이론적인 측면과 달리 부가가치세 과세의 실제상황에서는 국가경제에서 투자도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공공부문의 투자, 비과세기업의 투자는 환급이 불가하므로 결과적으로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득세나 법인세도 투자에 대해 여러가지 조세지원을 가지므로, 소득세·법인세보다 부가가치세를 늘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기업 투자에 유리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부가가치세가 기업의 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시각은 부가가치세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에 기초한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납부하지만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입법권자의 의도와는 달리 실제적인 경제적 부담은 시장에서의 공급자와 소비자의 경제적 힘에 따라 달라진다. 소비자의 경제적 힘이 강하면 공급자는 부가가치세의 세율인상을 스스로 부담하거나 근로자나 원자재 공급자에게 전가시킨다. 그리고 기업의 이윤에 부과되는 법인세 또한 기업은 시장에서 이 세부담을 소비자나 공급자에게 떠넘길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그렇게 한다.
결국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두 가지 모두 기업이 납부하는 것이며 어느 명목으로 과세당국이 세금을 거두든 다른 경제주체에게 전가시키지 못하고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면 기업에게는 그 세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액수만이 중요할 것이다.
부가가치세든 법인세든 소비자에게 전가시키지 못하면 기업에 부담이 되고,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이는 물가 상승, 임금 상승 및 내수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이 또한 수요측면에서 기업에 부담을 주고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따라서 소득세, 법인세, 사회보장세 같은 직접세와 부가가치세 중에 어느 것이 상대적으로 더 경제성장에 우호적이냐의 판단은 시장경제가 잘 작동해 세부담이 쉽게 전가되는 경제체제에서 이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결국 잘 고안된 경제모델을 바탕으로 두가지 경우를 모두 시뮬레이션해 예측해야 한다.
소득세와 법인세보다 부가가치세가 효율비용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효율비용 추정에 대한 연구 결과는 세부담의 실질적인 전가와 관련해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부가가치세율이 모두 재화의 가격이 반영되고 결과적으로 세부담이 소비자에게 전부 귀착되는 것을 전제로 전체 경제구조에 대한 모델을 설정했고 따라서 여기에서 도출된 조세효율비용에 대한 결론은 현실과 유리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기초하면 소득세·법인세와 비교가 되는 부가가치세의 경제적 효율성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부가가치세와 법인세의 본질적 차이는 효율성 측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평성 측면에 있다. 부가가치세의 경제적 효과는 소비자의 소득에 역진적이고, 부가가치세율의 인상은 소득분배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저소득층은 소비 성향이 높은 관계로 부가가치세의 인상에 더 큰 부담을 갖게 되며 이는 특히 자녀가 많은 가정에 불리하게 작용함으로써 저출산 시대에 문제를 야기한다. 부가가치세율의 인상이 그 낮은 표준세율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세수 증대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대두되더라도 소득에 역진적인 부가가치세의 성격을 보완해 주는 조치는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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