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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30. (월)

이슬람 금융의 한국진출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

안창남 교수(강남대)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슬람이 대한민국과 상관이 없는 다른 나라의 얘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약 100여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에 시집온 동남아시아 상당수 국가(예: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는 이슬람의 영향 아래에 있어서, 적어도 이들은 몸은 한국에 있지만 정신은 이슬람의 DNA가 흐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이들의 자녀들은 어머니의 절대적인 영향권에 있으므로, 우리나라 다문화가정은 이들의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기존 한국의 불교, 기독교와의 종교적인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이슬람 하면, 우선 미국의 9·11 테러 사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한국 기독교인에 대한 테러 사건 등 종교가 지니는 평화적인 이미지 보다는 호전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슬람 국가 및 그들의 제도(예:이슬람 여성이 착용하는 히잡(hijab)에 대한 EU국가의 금지규정)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슬람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본다.
 그런데, 세계금융시장에서 이슬람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코란을 문언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이란 등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비교적 정교분리가 돼 있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카타르 등에서는 이슬람 금융이 발달돼 있다. 그런데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 있지 않은 이슬람 국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것은 대통령이나 왕이 아니라 코란(Qur'an)이다. 즉, 이슬람의 성전(聖典)이다. 하지만 코란이 모든 인간사를 담을 수 없기에, 이에 대한 보충적인 법전이 있는데, 이게 샤리아(Shari'a)법이다.
 이 샤리아(Shari'a)법에서는 금전의 자기증식을 의미하는 이자(Riba)를 부당이득으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금융거래에 대해 이자를 주고받지 아니하며, 비도적적인 거래(예:도박, 술, 돼지고기, 무기, 영화, 담배 등)에 대한 자금 제공을 금지하고, 불확실성을 수반하는 계약 또는 투기목적의 거래,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과 손실의 공유 들을 규정하고 있다. 그 대신 자금제공자에게 이자 대신 실물자산의 매매 또는 리스계약에 따른 수수료나 사업투자를 통한 손익분배방식을 이용해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이슬람금융의 기본원리를 기초로 하여 현재 운용되고 있는 거래는 신탁금융에 해당되는 무다라바(Mudaraba), 출자금융에 해당되는 무샤라카(Musharaka), 소비자금융에 해당하는 무라바하(Murabaha), 생산금융에 해당되는 이스티스나(Istisna), 리스금융에 해당되는 이자라(Ijara) 등이 있고, 이슬람채권(Sukuk) 형태의 거래에는 무라바하 수쿡, 이자라 수쿡, 무샤라카 수쿡 등이 있다. 이와 같은 거래의 중심지에는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말레이시아 라부안(labuhan)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금융분야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국제간 투기거래의 방지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G20국가에서 은행세 또는 토빈세의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 이 기준에 비춰 보면, 적어도 형식적으로라도 이슬람 금융은 긍정적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샤리아 법에서 투기목적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슬람 금융의 한국진출에 대해서 조세특례제한법 제21조(국제금융거래에 따른 이자소득 면제)의 적용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슬람 금융이 금융거래의 대가로 받는 것은 '실질'은 이자이지만, 그 '형식'은 양도소득이거나 배당소득 등이므로, 이자소득에 대한 면제를 규정하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제21조의 적용대상인지의 여부이었다. 생각하건데, 이슬람 금융에 대한 조세감면은 그 결과물이 이자소득이 아니고 양도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등에 해당돼 조세감면을 위해서는 별도의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세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자소득의 감면도 버거운데, 다른 소득까지 감면한다는 것은 동일소득을 얻는 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서 부정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의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에서 주장한 것처럼, 이슬람의 부활에 대한 기독교의 '두려움'도 있을 수 있어서 맘에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아울러 샤리아법이 이슬람 국가의 통치규범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기독교 국가가 그러하듯(그러했듯이), 실제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 이슬람 국가는 많지는 않다는 현실을 감안했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샤리아 법에 따른 금융소득에 대해서 이슬람 국가에서 조세감면을 해주고 있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외국자본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조세를 감면해 주는 것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제법'부담이 있을 법하다. 형식과 실질이 다른 경우에는 실질을 따른다고 국세기본법에 하고 있지만, 국제간 그리고 종교간 보이지 않는 '알력'과 '갈등'이 있는 경우, 이를 세법대로 쉽게 적용하는 것이 힘든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종교분쟁은 핵무기로도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최근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osnia and Herzegovina)'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금융거래가 활성화되고,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도 감안된 '적절한' 대안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며, 차제에 이슬람과 이슬람 금융에 대한 보다 많은 연구가 요구된다고 본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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