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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9. (일)

은행세 논의에 관하여

郭 泰 元 교수(서강대)

 금융위기 국면을 벗어나면서 부각되는 양대 과제는 이른바 출구 전략이라고 알려진 '부작용 대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외양간 고치기'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주로 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에 집중되고 있어서 타이밍 조절만 남아 있는 과제이다. 후자가 문제인데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와 은행세 도입 논의가 중심이 되고 있는 듯하다.
 은행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도 아직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는 어렵지만 개략적으로 어떤 성격의 것이며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선 은행세 도입의 명분은 지난 2008년 경제위기의 원인이었던 금융부문의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를 줄이고 위험이 노출됐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시스템 리스크란 어떤 특정한 사건의 발생(지난번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 같은 사건) 등이 금융시스템 전체의 붕괴를 가져올 위험을 말하는 것으로 흔히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말하는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과는 아주 다른 개념이다.
 시스템 리스크를 억제하는데 초점을 둔 것이 은행이 보유하는 특정한 종류의 위험자산에 대해서 일정한 율의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시스템 리스크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통제하자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파산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를 구제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은 모든 은행의 자산에 대해서 일정률(flat rate)의 부담금을 부과해 이를 기금화하자는 안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정부가 지출한 구제금융의 회수 목적으로 유사한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생각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은행세는 위험 관리의 관점에서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결국 일종의 공적인 보험 같은 성격을 갖는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보험의 일차적인 수혜자는 금융기관이고 다음은 그러한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이러한 형태의 시스템 리스크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수혜자가 된다. 또 지난 금융위기에서 경험한 것처럼 특정한 한 나라에서 발생한 시스템 리스크가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은행세의 논의에서 국제공조가 강조되고 정부가 강제하는 공적보험의 성격을 갖는 조세나 부담금의 형태를 취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형태의 보험에서 늘 나타날 수 있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현상을 어떻게 줄이느냐의 문제이다. 도덕적 해이는 근본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에서 나타난다. 시스템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행위를 얼마나 하는가에 대한 정보는 당사자인 개별 금융기관과 규제당국 간에 비대칭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개별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이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행위를 억제하게 할 유인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외형에 일정한 비율로 부과하는 은행세 보다는 특정한 위험자산 등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를 줄이는 효과 측면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별 은행들의 시스템 리스크 유발행위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상응하는 부담을 부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짐작된다.
 그리고 국제 공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미 선진국들 간에 은행세 도입과 관련된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국제 공조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한 개별 국가 혼자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당사국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스템 리스크의 피해는 범세계적인 것이어서 은행세를 도입한 국가도 도입하지 않은 국가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어려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세의 도입 문제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 규제든 은행세든 어떤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시스템 위험의 문제를 완벽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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