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51·52년생 서기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20여명이 명퇴를 이유로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고 있다.
"제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반평생을 공직생활에 몸담아 오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명예퇴직을 결정하고 보니 그동안 공직생활이 보람과 함께 시원섭섭합니다."
최근 세무공무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명예퇴직을 신청한 某지방청 J국장의 명퇴에 관한 외형상 표현이다.
J국장은 "40여년전 암울했던 시기에 세무공무원으로 출발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외길 인생을 걸어왔는데 최근 국세청장들의 잇따른 구속으로 터져 나오는 비리 폭로 등으로 얼룩져, 마치 무슨 문제가 있어 퇴직신청을 한 것처럼 오해받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명퇴제는 한상률 前 국세청장이 재임시 한동안 6개월씩 순차적으로 연장해 명퇴제를 없애고 정년제로 가는 듯했으나 최근 들어 51년생은 내년 6월말, 52년생은 내년 12월말로 명퇴할 것을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
51년생들은 국세청 방침에 순응한다는 반응이지만 52년생들은 명퇴제도를 운영하려면 형평에 맞게 본인들도 6개월을 연장해 줘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정부가 당초 시행한 명예퇴직제도는 장기간 성실히 근무한 공무원이 안정된 기반 위에서 노후를 설계하도록 정년 전에 자격을 갖춰 명예롭게 퇴직하면 그동안의 조직기여 등을 감안, 상응하는 지원을 해주도록 시행된 것이다.
이는 정부내 상위직 공직자에 대한 명예로운 퇴직기회를 확대해 조직 운영의 묘를 살리고, 인사 운영의 활성화를 도모키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명퇴제도 운영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방편에 치중됐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명퇴후 세무사를 개업한 P前 서장은 "후진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선배들의 용단을 바라는 후배들의 바람 섞인 목소리가 귓전에서 맴돌 때마다 당사자들은 더욱 섭섭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40여년을 공직자로서 오직 세정을 위해 몸 받쳐온 그야말로 산 증인들의 명예퇴직이 결코 명예롭지 못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풍토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명퇴제도를 만성적인 인사적체 때문에 시행해야 한다면 대통령과 핫라인을 이루고 있는 장관급인 백용호 국세청장이 나서 파이를 더 키운다면 명퇴제도를 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세정가 사람들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세청 조직을 본청 국장을 비롯 부산·대구·대전·광주청 등 지방청장 직급을 1급으로 직위 승진시키고, 본청 과장 및 지방청 국장들과 1급지 세무서장들을 부이사관, 본청 계장, 지방청 과장들을 서기관으로 직위 승진시키면 인사적체가 해소되고 명퇴제를 폐지해도 된다는 의견이다.
이같이 본청 국장 및 지방청장을 직위 승진시키려면 정부 부처간의 직급 조율과 예산이 뒷따라야 가능하기 때문에 파워있는 국세청장의 역량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