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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30. (월)

루소((Rousseau)의 사회계약론이 세금에 주는 의미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 중의 한사람으로 루소(Rousseau)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고교시절 한두번 정도는 들어봤을 '사회계약론(Du Contrat Social)'은 몽테스키외(Montesquieu)의 '법의 정신(De l'Esprit des Lois)'과 함께 프랑스 및 유럽법 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 당시 유럽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는 전세계를 쥐락펴락했다는 것과도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가 한 말 중의 하나인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은 권력을 잡은 자의 통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말라는 얘기이다. 우리나라 식으로 표현하면 '하늘이 무서운지 알아라'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그는 세금에 대해서 '세금을 납부한 사람들의 손으로 세금이 다시 돌아가는 순환이 신속하고 잘 이행되면 세금의 다소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국민이 아무리 적게 부담하더라도 그 적은 액수가 국민의 손에 들어오지 아니하면 국민은 계속 납부만 함으로써 빈털터리가 되고 국가는 부유하지 못하며 국민은 걸인(乞人)이 되고 만다. 따라서 국민과 정부의 거리가 멀수록 조세의 부담은 무거워지며 따라서 민주정치 하에서는 국민의 부담이 가장 가볍고 귀족정치 하에서는 부담이 더 많아지며 군주정치 하에서는 가장 무거운 부담이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결국 군주를 몰아내고 시민사회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신은 프랑스 시민들이 루이16세를 왕좌에서 몰아내고 프랑스 공화국을 수립하면서 외쳤던 1789년8월26일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De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의 제13조에서 '조세는 모든 시민에게 그 능력에 따라 평등하게 부과되어야 한다'와 제14조의 '모든 시민은 자신 또는 그의 대표자에 의하여 공공조세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자유로이 승인하고, 그 용도를 감시하고, 그 할당액·과세표준·징수기간을 결정하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규정으로 이어졌다. 세법을 하는 사람들은 제13조를 조세공평부담원칙이라고 하고 제14조는 조세법률주의, 세입 및 세출예산 법정주의라고도 한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현대의 조세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조세법률주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크게 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의 세법에 대한 위헌결정 이후에는 대부분 위임입법의 한계 등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의 구성이 특정 정당이 과반수를 훨씬 넘게 구성돼 있어서 '당정협의' 결과가 곧 입법으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이지만, 그래도 국민이 투표로 구성한 정부와 입법부이므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조세공평주의의 '공평'에 대한 해석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세부담의 공평이란 결국 소득이 많은 자나 재산이 많은 자가 사정이 그렇지 못한 자보다 세부담을 많이 하는 이른바 '수직적 공평'을 의미한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경제학적으로도 얼마만큼이 과연 공평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외국의 세율과 비교할 따름이다. 현재 소득세율이나 법인세율의 인하논란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과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더 내고 싶다거나 더 낼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해 달라고 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미국의 빌게이츠의 상속세 폐지 반대나 최근 독일의 갑부들이 '필요하지 않는 돈이 너무 많이 있으므로 부유세를 신설해 가져가 달라'는 부유세 신설 입법청원을 하는 경우를 우리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우리나라도 2008년도 금융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일시적인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짜야 하는 시점이라면 감세정책은 제고해야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페터 슈피겔((Peter Spiegel)은 그의 저서 '휴머노믹스(Humanomics)'에서 1990년대 이래 펼쳐진 각 국가의 조세감소정책 영향으로 인해서 국가는 '세율주권'을 상실했으며, 이는 '정치력의 상실'로 이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감세론의 근거가 '외국이 세율을 인하했으니 우리도 인하해야 한다'는 식(式)의 논리라면, 우리나라 세율주권이 외국의 영향아래 놓였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세율 인하가 국가의 경제적·정치적·사회적인 조절능력의 상실로 이어진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세율 인하로 인해 국가의 살림살이는 날이 갈수록 허덕이고 국가들은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도로 위험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감세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예로, 세율은 높지만 세계에서 부의 정상에 있는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의 경우를 들고 있다. 그의 주장에 타당한 점이 있다고 본다.

 

현 정부가 서민중시 정책을 실현하려면 정부기구 확대 등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데 이를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감세정책이 지속된다면 정부 재정적자는 늘어갈 터인데 이를 빚으로만 충당할 것인가? 현 정부가 그 빚을 갚는 것은 아니니 상관할 바 없는가?

 

2012년이 되면 루소의 탄생 3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루소는 절대왕정에 대한 투쟁을 통해서 인간의 자유를 획득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300년이 지난 현대는 어떤 의미에선 절대왕정보다 훨씬 강력한 '돈'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돈의 지배 아래에서 인간의 행복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가? 이제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정책입안자들은 루소의 계약이론과 프랑스 인권선언의 조세공평부담의 원칙 및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 시점이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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