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세청은 민간 출신 수장을 맞이했다. 과거 청장들이 줄줄이 부패사건에 연류돼 구속됨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우리 행정환경과 정치환경은 외환위기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이는 부패지수의 개선에서도 잘 나타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제 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부패지수는 조사대상국의 중간수준이던 것이 지난 2008년에는 180개 국가 중 40위를 기록해 상당한 개선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부패와 경제성장과의 관계는 부패와 국민경제의 수준과의 관계만큼 분명하지는 않다. 실제 반부패수준과 1인당 국내총생산과의 관계는 상관계수가 0.8에 이르나 부패도와 경제성장률의 관계는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관료주의(bureaucracy)와 부정·부패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아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정·부패를 은폐하고 특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규제조치를 시행하고 행정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결국 부패를 영속화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필요한 생산활동을 통한 이윤 추구보다는 지대추구에 자원이 동원된다는 점에서 부패는 효율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으며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한편 복잡한 현행 조세체계는 납세자나 과세당국 모두가 이해하기 어려워 정부에게는 징수비용을 증가시키며 납세자에게는 납세협력비용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보다 정교해진 조세회피수단 개발에 대한 유인을 확대시키고 있다. 나아가서 한층 더 정교화하는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더욱 세분화된 법규가 필요하게 되고 이로 인해 조세체계는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영국의 전체적인 조세행정 및 납세협력비용은 GDP의 1.5%로 추정되며 이 중 3분의 2는 납세협력비용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직접 비교가 곤란하지만 상당한 규모의 협력비용(compliance cost)이 지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의 경우와 맥을 같이 한다. 세정당국과 납세자간의 정보 비대칭의 극복문제는 부정의 방지와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세법이 바뀌고 용어 또한 일상언어와 크게 다르며 납세협력절차도 매우 복잡하다는 점에서 OECD 국가들의 세법단순화 개혁작업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백용호 국세청장의 리더십 하에 국세청에서는 개혁작업이 한창이다. 세정개혁은 1966년 국세청이 개청된 이래 끊임없이 추진되어온 과제이면서도 아직까지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그리고 국민이 신뢰하는 세정과는 거리가 있는 한 세정개혁은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개혁은 대대적인 홍보와 치장을 수반하게 마련이나 지금은 말의 성찬이나 개혁의 신화(myth)에서 벗어나 실천적인 한걸음 한걸음이 중요하며 개혁의 논리 및 원칙에 충실한 점진적인 개혁이 돼야 한다. 따라서 국세청은 미래를 대비한 조세행정개혁의 방향 차원에서 바람직한 조세원칙, 특히 조세행정의 원칙을 되집어 보고, 이를 중심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세무조사에 있어서 관서장의 지휘권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조사관과 과장, 세무서장, 지방청장,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세청장으로 이어지는 조사지휘체계를 독립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조사관은 본인이 지니고 있는 전문성과 객관적 자료에 의거 세무조사에 임하고 이에 대한 지휘보고의 계통은 세무서장, 지방청장, 국세청장 라인이 아니라 세무서의 조사과장, 지방청의 조사국장, 본청의 조사국장 라인의 지휘를 받는 것으로 전환하게 되면 작금의 사태는 방지할 수 있다. 국세청장은 개별 세무조사에 간여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에서 자유로와야 한다. 40여년간의 전통을 깨는 작업이라 지난한 개혁과제가 될 터이나 국세청이 조직적인 부패연류로부터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