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시작으로 2008년 9월 이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경제위기는 IMF 외환위기 때처럼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기의 저점은 올 2분기나 3분기로 예상되지만 저점을 통과해도 경기가 회복된다고 느끼기는 어렵겠다는 것이 최근 한국은행의 수정된 경제전망 내용이다. 한은은 예상대로 올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1998년(-6.9%) 이후 11년 만이다.
경기 사이클은 변화무쌍하고 변칙적인 곡선이다. 상승할 때도 중간에 잠깐 쉬었다 다시 상승하고, 하락할 때도 잠시 좋아졌다 다시 나빠지곤 한다. 따라서 최근 주가와 환율 등 일부 지표가 잠시 좋아졌다고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성태 한은 총재의 말처럼 "한달전에 하던 걱정에 비해선 조금 나은 지표가 나온 것"뿐이다.
나라살림은 국가재정과 246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구성된다. 국가재정은 하나인데 반해 지방재정은 일반적으로 이들 246개 지방정부의 살림을 모두 더해서 이야기한다. 지방재정 현황은 2009년 당초예산기준으로 예산 순계가 137조5천349억원 수준으로 2008년 대비 10.1% 늘어나는 것으로 짜여졌다. 이중 지방세, 세외수입, 지방채(지방자치단체의 부채)를 포함한 자체재원이 61.5%,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 의존재원이 38.5%를 차지한다. 재정자립도(지방세와 세외수입의 합계가 일반회계 예산규모를 감당하는 비율)는 취득세와 등록세의 감소로 지난해보다 0.3%p 줄어든 53.6%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방교부세와 같은 일반재원을 합한 재정자주도 수준은 78.9%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세 수입과 세외수입으로 인건비조차도 해결하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전북 임실군 등 11개에 이른다.
경제위기의 여파는 지난번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인한 거래과세의 위축으로부터 나타난다. 경제위기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거래과세 비중이 높은 지방세수가 대폭 감소하고 있다. 2009년 2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1.9%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09년 세수결함이 6.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말에는 2009년 지방세 예산 47.1조원과 크게 차이가 나 실제 징수액이 40.3조원에 그칠 것이라는 의미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97년∼'98년)에도 국세 감소는 미미(△0.2%)했으나, 지방세는 매우 큰 폭으로 감소(△6.8%)한 경험을 감안하면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많다. 이래저래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는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체감될 것이며 인건비를 주지 못하는 경우는 없겠지만 자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는 추경과 같은 재정정책과 금융당국의 한시적 금융권 지원과 같은 금융정책 위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한시적 재정·금융정책이란 긴급수혈과 같은 응급조치이며, 무너져가는 경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근본 치유책이 될 수는 없다. 어렵지만 1∼2년 버티면 국제 경기가 좋아져, 우리의 경제상황이 따라 호전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근본적인 국가 운영 및 사회·경제시스템의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방재정부문에 있어서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제위기에 견고하게 지탱할 수 있도록 스스로 설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는 지방행정구역의 개편과 지방교부세의 지원시스템을 현재의 모자라는 부분 메워주기 방식에서 기본적인 부족분을 깔아주고 추가적인 부분은 주민과 지역의 부담에 의해 조달하도록 하는 진정한 지방재정의 틀로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