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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6. (일)

일자리 추경과 재정건전성

정부는 감세, 수정예산, 그리고 일자리 추경 등 매우 큰 규모의 재정수지 적자를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중이다. 재정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규모, 타이밍, 그리고 그 구체적 내용 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정책이 초래할 건전성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먼저 재정정책의 규모는 어느 정도가 필요한가와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성장 전망과 부양목표, 그리고 재정 승수 등에 의해서 필요규모가 결정된다. 정부는 현재 예상되고 있는 마이너스 2%의 성장률을 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이번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치나 부양목표 그리고 가정하고 있는 재정승수 등에 대해서 평가하고 논의할 수 있는 정보나 기준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재정정책의 규모의 최적성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만 재정수지 적자가 너무 크게 나타날 때 그것이 해외 차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고 재원 조달을 위해서 대량의 국채를 발행할 때 그것이 국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또한 추가적인 재정지출의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가능하면 더 작은 규모로 더 큰 효과를 내도록 재정정책이 조율되고 금융정책과도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방향이 강조돼야 할 것이다.

 

타이밍에 관해서는 지금 최악의 상황은 지나가고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저점 이전시점이나 적어도 저점 가까운 시점에 강력한 부양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강력한 부양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고 앞으로도 넘어가야 할 고비가 더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일단 신속하게 계획된 재정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침체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

 

재정정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문이 있는 것 같다. 재정승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 성장잠재력 확충과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재정 지출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 가장 고통받고 있는 빈곤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 등으로 대략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다 중요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목표들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구체적 프로그램들이 매우 부족하고 집행능력도 모자란다고 판단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답은 현재의 재정정책이 그야말로 위기 대응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 있다고 본다.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와 투자를 늘려서 총 수요가 최대한 늘어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좋은' 일자리 창출은 기업에 맡길 일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고 빈곤가정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서 공공근로 같은 복지차원의 임시적 일자리를 만들어 위기를 무리없이 넘기도록 하면 정부는 일단 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는 재정건전성 문제와 성장잠재력의 문제라고 본다. 두가지는 사실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문제이다. 감세와 지출 확대가 국가의 부채를 늘리고 재정건전성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서 건강한 성장궤도로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게 되면 재정건전성의 문제는 현저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경기부양과 함께 생산성 향상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노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인적자본 확충, 기술개발, 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한 총요소 생산성의 향상, 국내기업들의 투자의 확대, 외국인 직접투자의 확대 등이 성장잠재력 확충의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재정면에서는 R&D 투자의 확대 지원, 법인세의 획기적 인하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투자를 막는 여러가지 정책적·사회적 장애요인을 과감히 제거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특히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이 효과적으로 그리고 충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자리 유지를 강조하다 보면 구조조정이 미온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는데 이것은 결국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며 세계 경제가 회복된 뒤에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특히 환율효과로 경쟁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부 수출산업이 대미 및 대일 환율이 정상수준이 되는 경우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성 향상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위기 기간 중 확대되는 복지관련 지출이 일시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회안전망의 정비 확충은 위기 이후에 여유를 갖고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지금은 비상상황의 소방수적인 지원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렇게 함으로써 위기 이후에도 재정이 팽창된 상태로 남아 있게 되는 일을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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