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파문으로 한상률 국세청장이 지난 19일 퇴임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와 영하의 날씨로 꽁꽁 얼어붙은 세정가에 지난해말부터 1·2급 고위직에 이어 많은 50년생 관리자들이 명예퇴직으로 정들었던 직장을 떠났다.
국가 경제가 암울했던 시절, 국세공무원으로 출발해 30여년을 국가재정 조달을 위해 불철주야 현장을 누비며, 조직의 발전과 국세행정 발전에 전력했던 사람들이 퇴임식을 갖고 정들었던 직장을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평생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는 당사자들은 물론 이 모습을 지켜보는 후배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특히 지난해말 정년 8년을 앞두고 명예퇴임을 하게 된 K某 前 광주국세청장의 퇴진과 국장급 인사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K某 前 청장은 '56년생으로 정년이 아직 8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사출신 특채 고참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표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 말 고위직 퇴진문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우여곡절(인사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씨는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는 날 퇴임사를 낭독하며 그동안 근무하면서 있었던 말못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지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상당수 세정가 사람들은 "아무리 인적 쇄신이 청와대 의중이라고 하지만 조직을 위해 평생을 몸받쳐 온 간부들에게 하루아침에 강제로 옷을 벗으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누구를 위한 명퇴인가'를 묻는 것이다.
지난 8일 국세청이 발표한 지난해 납세자신뢰도 평가결과 광주청이 대구청에 이어 전국 지방청 중 2위(73.8%)로 높은 실적을 거양하고도 인사상 불이익(K 前 광주청장 퇴직)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50년생인 광주청의 C某 국장과 P·L서장은 지난해 4월 국민신뢰도 5%포인트 향상 및 직급별로 성과계약을 맺으면서 연말 성과평가의 결과에 따라 인사상 우대를 해주겠다고 천명했던 사실은 까맣게 져버리고 강제퇴직을 하라는 압력에 당사자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으며 어쩔 수 없이 명예 퇴직했다.
인사권자의 당초 '공언'을 철석같이 믿고 불철주야하다 시피 업무 추진을 해왔고 조직관리에 전력을 다해온 결과가 '명퇴'였다.
30여년이 넘도록 국가 재정조달의 파수꾼으로 국세청과 동고동락을 함께 해 온 그야말로 세정사의 산증인들이 퇴직에 대해 서운함이 없도록 국세청은 많은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현직에 남아있는 후배들은 떠나는 선배들을 아쉬워하며,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함께 쌓아 온 업적을 인정해 주고 제2의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도록 다함께 축하해 주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고위직의 부정과 비리로 얼룩져 잘못된 편견과 인식을 갖고 국세무공무원 출신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