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 차원에서 과세자료 처리에 따른 업무부담을 줄여주자, 기업들은 “납세협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크게 반기면서도 “앞으로 더욱 정확하게 세무업무처리를 해야 한다”며 책임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국세청은 지난달부터 외형 1천억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는 과세자료가 발생했을 경우 과세자료 발생 시점에서 처리하지 않고 정기 세무조사때 일괄 처리하기로 했다.
국세청이 과세자료를 처리하는데 있어 수시로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기업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이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실제 기업들은 줄곧 세무자료 소명 및 제출에 따른 업무부담을 해소해 달라고 건의해 왔었다.
올해초만해도 국세청장-대한상의 간담회에서 “각종 신고, 세무조사에도 불구하고 과세증빙자료를 자주 요구해 부담이 된다. 구체적인 탈루가 없으면 자료제출 요구를 줄여 달라”는 한 기업인의 건의가 있었다.
또 지난 6월 국세청장-전경련 간담회에서도 “과세자료 처리개선 등 납세협력비용 축소를 위한 행정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기업인들의 건의가 나왔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대기업의 경우 주기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점을 감안, 시급한 것을 제외하고는 세무조사때 일괄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지침이 시행되자 기업체 세무회계파트에서는 “기업 자체 일정에 따라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됐으며, 정신적·물질적 업무부담을 줄이게 됐다”고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대기업의 경우 수많은 인력으로 구성된 세무회계팀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조세전문가들의 자문까지 받고 있으므로 과세자료 생산 비율이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세무조사때 일괄 처리하게 되므로 본연의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앞으로 세무업무를 더욱 정확하고 치밀하게 처리해야 하는 부담도 새롭게 안게 됐다”는 얘기도 있었다.
예년 같으면 과세관청으로부터 해당 과세자료가 발생하면 그 즉시 소명자료를 제출해 해당자료에 대해 결론을 짓고 넘어갔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중간절차 없이 세무조사때 처리하게 되므로 평소 꼼꼼히 업무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최근 세법개정으로 인해 가산세 규정이 대폭 강화됐다”면서 “나중에 세무조사때 일괄 처리하게 되므로 무거운 가산세를 물지 않으려면 평소 정확하게 세무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편에선 “처리해야 할 과세자료가 많이 쌓이면 그만큼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와 관련 기업체 한 자문세무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소명해야 할 과세자료가 생길 때마다 그때그때 처리하고 가는 게 세부담 측면에서 더 낳을 수 있다”며 “조사때 일괄처리하게 되면 그만큼 조사내용이 더 강화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세무사는 이어 “과세자료가 생길 때마다 즉시 처리하고 넘어가야 ‘학습효과’도 생긴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한 부분을 모르고 있다가 몰매 맞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세무사는 그러나 “과세자료 정기조사시 일괄처리 지침이 일정규모 이상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부정적인 분위기보다는 업무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