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무서가 지난달 31일 광주지역세무사회와 협약식을 갖고 과세관청의 세무조사를 받게 된 납세자 중 전문가의 조력을 받기 힘든 납세자에게 ‘국선(國選)세무대리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세정가에서 국선세무대리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금까지 국선세무대리인에 대한 도입주장이나 논의는 많았지만, 이를 국세행정에 실제 적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정가에서는 ‘국선세무대리인’이라는 개념이 아직 법제화·제도화 되지 않은 점을 들며, 이번 광주세무서와 광주지역세무사회의 경우를 하나의 참고사례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원조(元祖)는 ‘국선세무대리인’이 아닌 ‘국선세무사’
사실 국선세무대리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은 지난 2005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국선세무대리인이 아니라 국선세무사라는 개념으로 도입 논의가 진행됐었다.
지난 2005년 1월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민생포럼에서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간이과세자를 일반과세자로 전환하는데 따른 세부담과 납세협력비용 증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선세무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점에 세무사계 일각에서도 ‘세금문제는 세무사를 통해 해결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형사소송법상 국선변호인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당시 국세청 내부에서도 ‘학습동아리 연구보고서 발표대회’에서 국선세무사제도 도입을 주장한 보고서가 우수작으로 뽑히는 등 도입 논의가 활발했다.
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는 지난 2005년 재경부의 세제개편안을 평가하면서, 과표양성화 정책을 후퇴시키지 않고 납세자의 납세협력비용을 경감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국선세무사제도의 도입을 제안했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대통령 선거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세원 투명성 증진을 위해 간이과세제를 폐지하되 이로 인한 영세자영업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국선세무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같은 논의를 토대로 국선세무사(또는 세무대리인)제도를 정의하자면,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영세사업자에게 국고에서 보수를 지급하는(또는 무료로) 대신 세무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 할 수 있겠다.
◇국선세무사(또는 세무대리인)제도 도입한다면 그 명분은?
광주세무서와 광주지역세무사회의 경우는 국선세무대리인의 역할을 ‘세무조사 조력 서비스 제공’에만 두고 있다.
세무조사를 받게 된 납세자 중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조세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납세자에게 세무조사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자문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무료다.
광주세무서 입장에서는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납세협력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으며, 광주지역세무사회는 조세전문가로서의 위상을 재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민주노동당과 참여연대가 주장한 국선세무사제도는 영세사업자의 납세협력비용 축소와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세사업자들은 무료로 국선세무사를 이용할 수 있어 납세협력비용을 줄일 수 있고, 국가는 국선세무사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대신 국선세무사가 자영업자의 장부작성 및 정규영수증 수수를 꾀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소득파악률을 제고한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국선세무사라는 개념을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저소득층 보육비 지원 등의 복지제도와 국선세무사제도를 연계시킴으로써 이 제도의 인센티브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거시적인 지적도 있다.
이는 국선세무사제도가 다른 복지제도와 연계되면 비록 세원이 노출되더라도 소득세 부담이 크다지 크지 않은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는 복지연계에 따른 실익이 더 클 것이므로 국선세무사제도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무사들은 찬성 입장인가?
세무사들은 국선세무사라는 개념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때문에 ‘반대다’ ‘찬성이다’ 등 입장표명이 분명치 않다.
왜냐하면 이 개념이 시민단체, 정당, 국세청 등 외곽에서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됐을 뿐, 세무사계 내부에서는 진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세무사들은 이 제도가 도입되려면 제도도입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예산은 어느 정도 편성할 것인지, 국선세무사의 기준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 국선세무사 이용대상은 어느 범위로 정할 것인지 등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세무사는 “국선세무사라는 개념이 제도화되지 않고서는 하나의 무료 세무서비스 형태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