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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30. (월)

[시론]기업 친화조세정책과 기업주 친화 조세정책의 차이

현 정부는 기업친화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또한 과세관청의 책임자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의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헌법의 이념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달리 시비를 걸만한 이유가 없지만, 기업친화 조세정책이 감세와 그 흐름을 같이 한다는 점 및 세정이  '구호의 제창'만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왕권통치시대에는 '증세정책'이 당연시됐다. 국가 전체가 왕의 소유이었으므로, 왕이 자기의 것을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국가에서는 투표권이 있는 시민의 관심을 사기 위해서라도 종종 '감세정책'을 쓰기도 한다.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세금은 시민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소중한 재원(財源)이라는 점에서 보면, 어느 분야보다 가장 안정적으로 그리고 가장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분야이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보면 '기업 친화적(business friendly) 조세정책'과 '기업주 친화적 조세정책(business owner friendly)'은 구별돼야 한다(물론 이 두가지 정책이 확연하게 구별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또한 혼재될 수도 있다). 그 이유를 찾아보자면, 전자는 시민 대다수와 관련된 일반적·보편적인 것이고 후자는 특정의 개인에 한정된 특수적·개별적인 것이어서, 기업에 대한 조세정책적 배려가 우선적 고려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몇가지 고려돼야 될 점이 있다.

 

첫째, 기업친화 조세정책의 대표적인 경우가 세율 인하인데, 이의 '경제 살리기' 효과에 대해 보다 냉철한 검증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현재 법인세 과세표준 1억원에 적용되는 세율이 13%인데 이를 10%로 인하한다고 하자. 이렇게 하면 법인세 감면액이 300만원이 된다. 이 금액으로 법인이 살아나나?

 

법인세율 인하정책은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가 세율을 인하하고 있고 또한 외국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수긍이 되지만, OECD 및 미국 등 선진국의 조세피난처 판정기준이 15%인 점을 감안해볼 때, 무작정 세율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자칫 국제적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히려 익금과 손금조항을 기업친화적인 입장에서 조정하면, 기업의 세부담이 세율 인하를 통한 것보다 훨씬 낮출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업주가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출퇴근에 사용한다는 구실(자가용 시대를 넘어 1가구2차량 이상 일반화되고 있는 시점에 이 규정이 존재하는 것조차 이상하지만)로 비업무용 소형 승용차의 취득과 유지에 소요되는 세액을 공제하지 않는 현행 규정 하나만 고쳐도 300만원보다 훨씬 더 많은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

 

둘째, 기업주 친화조세정책과 관련된 것 중 하나가 상속세 폐지 주장인데, 이에 대해서는 국제적 추이를 잘 해석하고 소화할 필요가 있다. 선대(先代)가 창업한 기업을 후대(後代)가 물려받아서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상속세 때문에 기업을 매각해야 할 정도라면, 앞과 뒤가 바뀐 것이다.

 

세금을 내기 위해 기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을 하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것이다. 이를 부인하면 세금지상주의, 세금만능주의가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무슨 주의나 이즘에 골몰하면 그 정책은 근본주의적 경향을 지니게 되며, 이는 남을 배척하고 자기만 옳다는 경직된 사고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과문이겠지만, 이들이 인류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산세 형태를 유산취득세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상속세 대신에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를 도입해 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의 '상속세 폐지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된 이유와 세계적인 갑부들이 상속세 폐지를 계속 반대하는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기업주 친화 조세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면, 성실한 기업주와 불성실한 기업주를 구별해 적용해야 한다. 세금도 정치의 한분야이고 또한 기업주가 정권 창출에 공헌했으니 기업주를 위해서 세금정책을 펴는 것이 뭐 어때서? 라고 한다면 달리 할 말 없다. 원래 그 '바닥' 사정이 그렇다는데 누구인들 뭐라 하겠는가?

 

그러나 불성실한 기업주에게도 성실한 기업주와 동일한 혜택이 주어지는, 조세정책 차원을 떠나서 보더라도, 공정하지 못한 처사이다. 자칫 기회주의적 사고가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구별하나? 과연 이 둘을 '분명'하게 구별할 능력이 우리에게 그리고 과세관청에 있는가? 많은 고민과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세금과 관련된 역사와 철학과 사상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세금과 세제가 잘못 운영되면 정권이 망하는 정도가 아니라 국가의 체제가 뒤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네 역사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조선의 멸망을 재촉한 사건 중의 하나가 세금이었다. 가혹한 수세(水稅)의 징수로부터 시작됐던 동학농민운동은 당시 천도교의 정신적인 뒷받침이 이어져, 급기야 사농공상(士農工商) 이라는 조선의 통치 구조시스템을 인내천(人乃天)이라는 새로운 사상으로 대체시켰다. 사회체제가 붕괴되니 조선의 운명은 더이상 지속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세금이 조선을 문닫게 한 것이다. 미국독립전쟁, 프랑스 대혁명, 권리헌장, 권리장전 등 대부분 역사에서 큰 파장을 휘몰아 왔던 사건의 배후에는 세금이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주의가 존속하는 한, 세금은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정권은 유한(有限)하지만 세금은 무한(無限)한 것'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조세정책 수립시 보다 신중한 접근과 아울러 세금과 관련된 역사와 철학 및 사상에 대해 많은 성찰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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