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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6. (일)

끝에만 있지 말고 가운데로

 

우리(한국 사람들)는 흑백(黑白) 논리가 너무 심하다고 한다

 

이쪽 저쪽 한쪽을 택해야지 어중간하게 가운데쯤 있는 것은 소신이 없는 것이고 소위 사꾸라 취급을 받았으며 저쪽편보다 더 미움을 받아 우선적으로 제거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조선왕조의 선비들의 붕당(朋黨)정치가 동인·서인으로 시작돼 어느 한쪽이 권력을 잡은 이후에는 다시 북인·남인으로 갈라지고 그후에 다시 노론·소론으로 되는 식이어서, 제3의 세력(중간)이 동시에 존립했던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좋게 보면 민주 양당정치의 좋은 전통이 일찍 자리잡았다는 것이겠지만 결과(士禍의 연속)는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분위기 속에 조선 말기(1860년대 이후)에는 왕실을 중심으로 더 양보없는 치열한 권력다툼으로 외국의 세력까지 가세돼 나라가 망하게 되는 안타까운 역사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260여년을 이어오던 쇼군 중심의 막부체제에서 국왕 중심으로 근대화(존왕양이)하자는 신흥세력간의 대립이 내전으로 확대될 위기에서 양측이 대타협을 이뤄 동양 최초의 자주적인 혁명이라 할 명치유신(明治維新-1868년)을 통해 세계열강의 하나로 발돋음하게 된 것이다.

 

서양의 예를 본다면, 먼저 영국의 왕실과 의회(Parliament)의 대립이 치열해 결국 국왕 챨스 1세가 처형되는 등 유럽 초유의 피의 역사(명예혁명∼1649년)가 있었는데 이 11년후에 왕정이 복구되고 양당제를 기본으로 하는 입헌군주제의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발전해 온 것이다

 

왕실의 역사에 훌륭한 왕들보다 사치와 허영등으로 나쁜왕들이 많았지만 그 한번의 과격한 투쟁사례를 교훈삼아 꾸준히 왕실을 유지해 왔으며 그런 중에 빅토리아 여왕(1837∼1901년 64년 재위)이나 현재의 엘리자베스1세(1952년 즉위, 현재 56년 재위)같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왕들이 등장해 대영제국의 번영을 구가하고 안정적인 시대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또 한번의 중요한 대목, 2차 세계대전 후 해방을 맞이하면서 운이 나쁘게도 남북에 별도로 들어선 군정체제하에서 이번에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투쟁으로 현재까지도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후에는 40여년을 독재정권에 대한 민주화 투쟁이라는 양쪽 끝의 대립이 있었는데 한번도 시원한 대타협이나 양 쪽이 조금씩 상대편쪽 가운데로 나가 보지 못하고 큰 사건들(4·19, 5·16, 10·26 등)을 겪어왔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타협을 안한다는 명예를 중시하던 민주화 투사, 두 김씨들은 결국 대통령까지 지냈는데 말 그대로 중도(中道)를 주장했던 이某씨는 철저히 외면당해 사라진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운데'의 시도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라는 사례였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입장을 달리 하는 상대편들과 수많이 만나고 대화를 계속하기는 해도 크게 양보하여 상대방의 입장도 받아주는 합의를 구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웠던 것이다.

 

'모 아니면 도'라는 것이며, 이래야 된다(Should-be)는 명분론(名分論)을 중시하고 이래도 된다(Can-be)는 실용론(實用論)은 발붙이지 못하는 풍토였던 것이다.

 

미국이 독립선언 · 독립전쟁 그리고 그 이후 건국과정(1774∼1800년)과정에서 13개주(州)의 대표들이 국가의 틀(system·헌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의 권한을 주장하는 분리주의자들과 큰 국가를 만들자는 연방주의자들간의 치열한 접전(대륙회의·제헌회의)에서 파탄에 이르지 않고 조지 워싱텅, 벤자민 프랭크린, 그리고 제임스 메디슨 같은 존경받는 어른들의 주도로 절묘한 해답을 구해 오늘날의 미합중국이 탄생한 것과 크게 비교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이원적인 입장에서 서로 윈-윈해야 할 여러 분야들이 있다.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양극화(兩極化)를 내세워 소득분배, 부동산정책, 조세정책 등에서 있어온 갈등들이 멋있는 해답들을 찾아야 한다.

 

서구의 복지국가들은 가운데 즉 증산층(中産層)이 두터워 나라가 안정적이며 중·장기적으로 국가가 발전한다는 성공 사례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겪어야 할 홍역으로 노사문제는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전체가 좋아지는 방안을 찾아내는 바람직한 대화를 해나가야한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있어서 전교조라는 단체도 실용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서야 한다.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여야관계뿐 아니라 여당내에서도 계파가 나눠져 서로 입장만을 내세워 자주 파탄이 일고 예전처럼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모양을 보게 될 것을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환경문제와 관련되면 조용하던 주변이 시끄러워져서 극단적인 단체·사람들의 주장들이 나와서 소모전이 시작되곤 하는데, 몇천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대가를 치르고 끝나는 사례들은 다시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최근에도 미국 소고기 수입에 관한 극단적인 입장들이 부딪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국내외에서 많은 걱정들을 하고 있다.

 

충분한 대화가 없이 객관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극단적인 자기 입장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남북간 대립에서 핵문제·경제(돕기)문제 등에 대한 상생(相生)의 해결방안이 중장기적으로 모색되기를 기대해 왔다.

 

이러한 양편의 끝에 있는 많은 입장과 문제들이 이해와 대화로, 한가운데 해결의 광장으로 나서기를 모두들 갈망하는 것이고, 이것은 우리의 모든 계층·정부·사회단체와 국민들의 관심과 책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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