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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1. (화)

[시론]담배 관련 과세체계의 변천과 바람직한 개편방향

우리나라의 담배시장은 오랫동안 전매청을 통한 제조 및 판매독점 체제를 유지해 왔다. 20여년전인 '87년 전매청을 공사화하면서 담배판매세가 도입됐고 '89년에는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발족하면서 담배소비세로 전환하면서 현행 담배소비세 체계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전매청 시절에는 담배의 제조·판매에 따른 이익금이 국고로 귀속됐기 때문에 굳이 별도의 소비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었다. 전매익금이 오늘날의 담배소비세와 마찬가지의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담배 판매시장을 대외적으로 개방하면서 전매체제가 무너졌다. 이와 함께 소비세 형태의 조세가 담배에 부과되기 시작했다. 담배소비세가 도입된 '89년 당시에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1갑당 360원씩의 담배소비세가 유일했다. 일반소비세인 부가가치세가 담배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부과되지 않았다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담배 판매시장을 개방할 때 미국과 담배양해록을 체결했다. 한미담배양해록의 주된 내용은 우리나라의 담배 제조시장을 대외적으로 개방할 때까지 '89년에 도입된 담배소비세의 근간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사실상 담배소비세 이외의 제세부담금을 신설할 수 없었다. 담배소비세의 세율을 조정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미국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합의한 경우에만 가능했다.

 

조세주권 차원에서 본다면 상당히 불평등한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당시의 경제적 여건과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우리에게 불리한 차별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담배 제조기술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었기 때문에 국내 담배제조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즉, 조세주권 차원에서는 불평등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국내산업 보호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충분히 컸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의 담배 제조기술 및 시장여건도 상당히 성숙해졌다. 제조시장의 대외개방에 대한 자신감이 증대됐다. 뿐만 아니라 점차 담배소비세의 개정기능이 약화됨에 따라 세율조정의 필요성과 압력이 점증하면서 담배소비세의 재정기능 확충을 위한 개편이 시급해졌다. 아울러 시장에서의 가격기능을 통해 흡연 억제정책을 전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매 관련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조세전문가들의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미담배양해록의 개정 필요성이 크게 증대됐다.

 

이런 배경하에 90년대 중반부터 통상협상이 전개돼 '95년에 양해록이 개정됐다. 이를 통해 일정한 경과조치 후에 국내의 담배 제조시장을 개방했으며 담배에 대한 조세주권도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96년 교육세, '97년 폐기물부담금과 국민건강증진기금, '99년 부가가치세, 2002년 연초생산안정화기금이 부과되기 시작했고 담배소비세의 세율도 두차례 인상됐다.

 

현행 담배관련 제세부담은 2005년 이래 현재까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20개비 1갑당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폐기물부담금, 국민건강증진기금, 연초생산안정화기금이 각각 641원, 320.5원, 7원, 354원, 15원으로 총 1337.5원에 이른다. 현재 판매비중이 가장 높은 제품의 가격대가 2500원이므로,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제세부담은 1천564.77원으로 제세부담률은 판매가격 대비 62.6%에 이른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비중이 55∼60% 수준인 것과 비교해볼 때 담배에 대한 제세부담률이 더 높다. 그러나 흡연정책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EU의 경우 제세부담률이 대체로 70% 수준 이상이고, 담배소비세가 도입됐던 '89년 당시의 제세부담률이 72%였던 점, 그리고 소득수준이나 경제발전단계 등을 고려한다면 현행의 부담수준이 국제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담배관련 세제(준조세 포함)는 세율의 수시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단일 종량세 체계이다. 따라서 물가수준이 상승할수록 실효세율은 하락하게 된다. 담배소비세 도입 당시('89년)의 제세부담은 360원이었다. 2008년 현재 제세부담이 1천564.77원이므로 세금부담은 4.3배로 증가했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물가상승분을 포함한 소득수준은 최소한 7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를 거꾸로 얘기한다면, 외형적으로는 세금이 4배 이상 증가했지만 실질세금은 오히려 30∼40% 정도 하락했다고 할 수 있다. 실례로 '95∼2005년 동안 담배소비세의 지방세 대비 비중이 14.1%에서 6.8%로 크게 하락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의 종량세 과세체계 내에 물가효과를 내재화할 수 있는 자동조정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EU의 경우에는 담배세 체계가 종량세와 종가세가 혼합된 혼합세 체계를 이루고 있다. 종가세 부분은 자동적으로 가격조정이 이뤄진다. 종량세 부분의 경우에도 매년 기준가격 조정을 통해 물가효과 등을 흡수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같은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재정기능과 소비억제적 조세로서 우리나라의 담배관련 세제가 제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현행의 체계를 탈피해 세율을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세율연동제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요청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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