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조직을 비노출 방식으로 운영해 비공식적인 접촉과 로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
"세무조사 관련 비리를 막기 위해 도입됐던 조사국 비노출제도는 사실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2003년 4월 참여정부 초대 국세청장이었던 이용섭 국세청장이 '깨끗한 세무관서 만들기'의 일환으로 추진한 '조사조직 비노출' 원칙이 올해 2월18일자 직원정기전보 인사부터 폐지됐다.
세무조사 부조리를 근절하겠다며 도입한 '조사국(과) 차단막'이 사실상 5년여만에 걷힌 것이다.
조사조직 비노출 제도가 폐지되자 국세청 직원들은 "사실 알려고 하면 다 알 수 있다. 그동안 답답했는데, 다행이다"는 반응을 보였고, 몇몇 세무대리인은 "조사조직을 비노출하면 세무조사 비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조직 비노출 폐지'는 "미완의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 세원정보과와 서울청·중부청·부산청의 심층조사 담당 직원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조사조직을 모두 공개하되 업무보안이 필요한 최소한의 부서에 대해 비공개를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각 지방청의 조사국 출입문도 업무보안유지를 위해 계속 출입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또한 "국세청 직원은 물론 납세자들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들의 소속을 줄줄이 꿰뚫게 될 것이기 때문에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격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국세청이 비공식적인 접촉과 로비를 차단하기 위해 조사조직을 비노출로 운영할 수밖에 없던 속사정도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국세청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지금은 세무조사 관련 업무환경이 시스템화 돼 있어 로비 등이 발붙이기 어렵게 돼 있다. 조사 지휘라인을 수시로 교체하고 쟁점이 있는 조사 분에 대해서는 위원회 논의를 거치도록 하고, 부조리 발생시 처벌도 한층 강화해 놓고 있다.
이렇듯 조사조직 노출·비노출 여부와 세무부조리 발생과는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게 국세청 안팎의 시각이다.
그런데도 국세청이 '조사조직의 완벽한 공개'를 못한 것은 '업무상 보안'도 한 이유지만, 그랬을 경우 안팎의 조사관련 민원증가와 비공식적 로비가 증가할 개연성이 있다는 불안감을 여전히 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사국 한 관계자도 "조사조직을 공개하겠다고 해서 지금 확 풀어버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시점에서 국세청은 한 세무사의 지적을 곰곰이 되새겼으면 한다. 이 세무사는 조사조직 비노출 제도에 대해 "막말로 로비 등을 우려한다면 업무특성상 전국의 국세공무원은 모두 비공개돼야 맞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이번 조사조직 공개가 세무조사 업무를 더 투명하게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