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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6. (일)

공직사회, 이제는 변해야 한다

선진국의 공무원들은 '국민에게 해(害)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위에서 아무리 시켜도 밑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은 어떠한가?

 

비록 국민에게 해(害)가 된다 할지라도 윗사람이 시키는 일이면, 모르는 척하고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일이 잘못되면, 윗사람의 핑계를 대면서 자기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애를 쓰는가 하면, 윗사람에게 자기의 충성심을 보여 주려고 시키지 않은 짓까지 하는 경우를 볼 때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7조제1항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돼 있으나 자기의 신분을 망각하고 사는 공무원들이 많아 국민들은 가뜩이나 살기가 어려운데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의 대표적인 불친절 사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민원인이 서류를 제출하면 일단 접수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서류가 미비하다는 등  의 이유를 달아서 접수도 하지 않고 반려하는 사례

 

2. 내부에 있는 자료를 찾아서 쉽게 해줄 수 있는 것도 민원인더러 서류를 해오라고 하면서 힘들게 하는 사례

 

3. 자기가 설명하는 내용을 민원인이 잘 몰라서 다시 물어보면 '몇번이나 설명을 해       줘야 알아듣겠느냐?'고 하며 혼내 주듯이 말하는 사례

 

4. 업체에 조사를 나와서는 '어느 관서에서 나왔다'고 말만 할 뿐, 출장증명서도 보여       주지 않고, 업체 직원이나 사장을 '형사가 피의자 다루듯이' 하는 사례

 

또한 여러 정황이나 논리상으로 볼때, 당연히 수용하지 않으면 안될 것도 묘하게 이유를 달아서 거부할 때가 종종 있어 우리를 허탈하게 만든다.

 

전부터 잘 알고 있던 직원이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다른 사람보다도 더 반대논리를 펴면서, 속된 말로 '꼬장'을 부리는 까닭에 상처받는 경우도 있다.

 

전직 과장이나 서장출신 세무사가 '납세자 앞에서 체면이나 좀 세워볼까?' 해서 "나도 얼마전에 某세무서에서 ××세 과장(서장)으로 있었다"는 말을 겸연쩍게 건네면 "아, 그러세요!" 하면서 인정해 주는 척하면 자기 체면이 깎이기라도 하는지 "별것 아니다" 하는 식으로 일부러 무반응한 태도를 보이는 후배 공무원을 대하노라면, 자괴감(自愧感)마저 든다.(내가 처한 현실이 바로 너의 미래라는 것을 왜 모르느냐?)

 

이토록 공무원으로 평생을 보내다시피 한 사람도 현직 공무원을 상대하기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데, 일반인인들 오죽하랴?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아무튼 남을 도와주기는 커녕 자기 방어를 하면서 살기도 힘든 세상이다.

 

그러나 '자기가 최고인 것 같아도, 납세자를 이기는 세무공무원이 없고, 국민을 이기는 통치자가 일찍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공무원은 처음에 임용됐을 때는 누구나 참신하고 유능하며, 적극적이고 순수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공무원은 오래 근무할수록 그의 소신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능해진다고 한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나와서 현직에 남아있는 옛 동료를 만나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갖고도 '누구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곤 하는데, 그가 하는 얘기를 하나하나 들어 보면, 마치 어린애와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유능하고 패기있던 그를 누가 저렇게 만들었을까?

 

직장 내에서의 반복되는 세뇌교육이, 그리고 공포스러운 감찰이 그를 불쌍하고 초라한 인간으로 저렇게 만들어갔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서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건설적인 사고가 나오기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과거에 정통성 있는 내부 승진자가 행정의 수장으로서 발탁·기용되지 못하고, 내부사정을 모르는 군 출신자들이 기용됨으로써, 그들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감찰조직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고, 감찰이라는 무기를 갖고 직원들을 위협하며 따라오게 한 것도 한 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무능한 인사권자일수록 부하에게 맹목적인 충성만을 강요할 뿐이며, 아부하는 직원을 더 편애하는 법이다.

 

인사권자한테 잘 보여서 승진이나 영전 좀 해보려고 하는 자들은 일부러 없는 일도 만들어서 보고할 가치도 없는 것을 갖고 마치 '중요한 보고사항'이라도 있는 것처럼 하루에 한번 이상 인사권자의 방을 노크하면서 경쟁적으로 눈도장을 받아내려고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인사권자가 칭찬이라도 한번 해주는 날이면, 철없는 아이처럼 그렇게 좋아한다.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 일은 대충대충하더라도, 윗사람의 비위나 잘 맞추는 사람이 더 인정받고 더 출세하는 판이니, 누가 욕을 얻어먹어 가면서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는가?

 

어느 고위직에 있었던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랫사람이 자기 앞에서 아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가 밉지가 않더라'는 것이다.

 

한번은 집사람이 볼 일이 있어서 某경찰청에 갔던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그 곳에 가서 그 친구를 만나고 있는데, 갑자기 길을 걷던 전경들이 걸음을 멈추고 서서 전부 고개를 숙이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왜 저러느냐?"고 물어 봤더니 "지금 경찰청장이 지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본청 계장의 직급은 비록 사무관이지만, 그가 하고 있는 일은 중차대(重且大)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 한 사람이 기안한 내용이 전국적으로 파급되기 때문에,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는 그가 맡은 분야에서 1인자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는 승진에만 목을 매고 있기 때문에, 공부할 여유조차 갖지 못해서 그의 지식은 일선의 말단 직원만도 못한 경우도 없지 않다.

 

전에 '승진하려고 애쓰는 공무원의 모습이 마치 한마리의 발정난 수캐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제까지는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 서기관으로 승진했다고 오늘부터 열심히 일하려 들지 않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현 정부 들어서서 '다면평가제'라는 해괴망측한 제도가 생겨서 욕을 얻어먹어 가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승진에서 누락되고, 일은 좀 못하더라도 윗사람의 비위나 잘 맞추고 아랫사람과 잘 놀아주는 농땡이꾼이 더 출세하는 세상이 됐다. 당장 때려치우지 않으면 나라 망쳐먹을 제도인 것이다.

 

또한 요령이나 피워서 승진한 사람들을 보면 겸손할 줄을 모른다.

 

사무관일 때는 인사도 주고받고 얘기도 나누고 했는데, 서기관 승진했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복도에서 그를 만나 목인사를 하니까 눈길 한번 주지 않아 무안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아부를 해서 승진한 사람들은 자기가 아부했던 것만큼이나 일은 뒷전이고 아랫사람으로부터 대우를 받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세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고삐를 잡고, 꼼짝 못하면서 부려먹으려고 만든 '심사승진제' 하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공무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놀다가 퇴직을 하고 더 큰 세상으로 나와 보면, 자기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음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고, 승진 좀 해보려고 했던 짓들이 부질없는 짓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지난 세월이 한낱 '병정놀이'에 불과했다는 것을…)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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