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대못을 박아 놓으려는 정책들이 여러 분야에 산재해 있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정책들이 특히 많이 있는 것 같다.
균형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로 매력이 있는 단어이다. 그러나 그것을 인위적으로 달성하려고 하면 많은 부작용과 비효율이 따르게 된다.
이미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의 낭비와 전국 토지가격의 급등 등 많은 부작용들이 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들은 앞으로 계속 나타날 것이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여러 지방으로 배정돼 강제로 이전되는 프로그램만 해도 그 이전과 관련해 직접 들어가는 비용보다 비효율적 입지 때문에 우리 사회가 앞으로 부담하게 될 비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
만일 정부가 민간기업의 입지 선택까지 간섭을 하기 시작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에 매우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들에게 어느 지역으로 사업장을 옮기거나 본사를 옮기라고 직접 명령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세권을 갖고 이와 비슷한 간섭을 한다면 그것은 용납될 수 있을 것인가?
금년에 마련된 세제개편안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법인세를 갖고 이러한 간섭을 강화하려는 부분이다. 이미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이라는 조세특례제한법 상의 조항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소기업과 중기업의 세부담을 5∼30% 감면해 주는 제도가 있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에서는 전국 231개 기초자치단체를 4개 등급으로 나눠 법인세를 10%에서 70%까지 감면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소법인의 공장이나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경우에도 4등급 룰이 적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대기업에 대해서도 지방에 사업장을 신설하는 경우 7년간은 등급별 감면율(30∼70%)의 100%, 그리고 그 이후 3년간은 50%를 적용해 세금을 감해 준다는 것이다.
어차피 세금을 좀 깎아 주면서 감세정책이라는 생색내기로 생각하고 있는데 거기에다가 지역균형개발의 목표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니까 도랑치고 가재잡는 격이다. 기업들이 입지를 선택할 때 세금감면을 고려해서 자발적으로 선택할 것이므로 경쟁력에 손상도 입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누는 정책도 문제가 있지만 전국을 4개 등급으로 나눠 인센티브에 차등을 두게 되면 그것이 입지를 왜곡하는 효과는 훨씬 더 커지게 된다.
기업들이 인센티브를 받아야만 가는 지역이라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입지인 것은 틀림없다.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이 더 들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것을 국민의 세금으로 보상해 주니까 기업은 손해날 것이 없지만 국가적으로는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법인세는 가장 자원배분의 왜곡을 심하게 야기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의 세율을 낮춰가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퇴출시켜야 될 세목이라는데 대부분의 학자들은 동의하고 있다.
여기서 세율이 높다는 것은 한계세율을 말하는 것이다. 앞에서와 같이 법인세를 차등적으로 감면해 주는 제도는 법인세의 평균세율은 낮춰주지만 한계세율은 낮춰주지 않는다. 세수유지를 위해서는 법인세의 한계세율을 더 높여야 할 것이다.
물론 당장 세율을 올리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적어도 한계세율을 낮추어가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추구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요컨대 그만큼 법인세의 왜곡을 악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균형의 의미를 거의 모든 경우에 소득분배의 차원에서 인식하기 때문에 획일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가운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균형의 의미가 아닐까?
그렇다면 지역발전의 주도권을 지방자치단체가 갖게 해야 하고 중앙정부의 간섭은 배제돼야 한다. 기초자치단체가 상당한 조세자율권을 갖고 자신들이 유치하고 싶은 산업이나 기관 등을 스스로 선택해서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균형을 가져올 것이다.
역설적으로, 만일 지역등급제가 지역의 이해와 맞물려 폐지하기 어려운 제도가 된다면 이러한 제도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법인세를 빨리 폐지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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