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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6. (일)

"박 계장, 빽 한번 써봐"(83)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의 세무공직 33년,

 

 그 뒤안길을 통해 본 한국 세정현장

 

 

 


다섯째, 진정한 친구를 찾아 사귀라고 말씀드립니다.

 

그 친구가 납세자이든 직장동료이든 상관없습니다.

 

국세공무원이 좋다는 것은 진실한 친구를 만나게 되는 기회와 선택의 폭이 다른 어느 기관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납세자의 유혹을 받을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까 말했듯이 윗분들에게 우선 상의드리고 만약 허락을 받았다 하더라도 3회이상 진심으로 거절해 보십시오.

 

그런데도 또 찾아온다면 그 사람은 정말로 괜찮은 사람입니다.

 

평생 친구로 사귀십시오.

 

그런 사람을 놓치면 절대로 안됩니다.

 

친구가 되면 서로가 어려울 때 도우고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그러나 진실하고 진정한 친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습니다. 눈 똑바로 뜨고 정신 바짝 차려야 그런 사람이 보입니다.

 

여섯째, 인사는 역행하지 말고, 참 고생을 하라고 부탁드립니다.

 

그냥 보내주는 데로 물 흐르는 대로 가십시오.

 

역행하면 나중에 좋지 않습니다.

 

그까지껏 승진 좀 늦게 하면 어떻습니까?

 

아무데 가도 좋습니다.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자리에 가더라도 괜찮습니다.

 

피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그곳에 가면 진정한 친구로 사귈만한 사람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성실한 사람들의 서식처가 그 곳입니다.

 

고생을 하더라도 헛고생은 안 됩니다.

 

참고생을 하십시오.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꺼리는 남들이 피하는 고생하는 자리에 있어야만 생기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이상 몇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만은 만약 그렇게만 한다면 아무리 내가 8급으로 있고 싶어도, 6급으로 남고 싶어도, 사무관으로 퇴직하고 싶어도, 윗분들이 그냥 놓아두지 않을 것입니다.

 

9급으로 들어왔다 해도 국장 자리는 따놓은 당상(堂上)입니다.

 

그러나 말하기는 쉬우나 실천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승진 못하고 나오더라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오면 누구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한 말 벌써 잊으셨습니까?

 

이 세상 끝에서 되돌아 보십시오.

 

내가 걸어온 인생길이 멋있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88. 끝을 맺으며…

 


이제 지난해 11월에 시작한 저의 글을 마감하려 합니다.

 

그동안 현직에 계시는 여러 후배님들, 그리고 퇴직하신 옛 동료 선배님들의 따뜻한 격려편지와 전화, 인터넷 댓글로 지적하신 여러 충고 등 진심으로 보내주신 성원을 매일매일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해 왔습니다.

 

창간 41주년 기념 기획연재로 하잘것 없는 저의 글을 귀중한 지면을 할애해 실어주신 한국세정신문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당초 저는 연재 제목을 '세무공직 33년, 그 영욕의 뒤안길에서'라고 지어 신문사에 보냈는데 신문사에서 '박 계장, 빽 한번 써봐'라고 다소 자극적으로 바꿔 버렸더군요. 신문에 나오는 제목은 다소 sexy해야 된다면서요. 그 제목도 그런대로 저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가급적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쓰고자 노력은 했으나 표현능력의 부족, 활자화된다는 제약, 관련되신 분들에게 누를 드릴까 해서 주저한 점 없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연재를 모두 읽으셨다면 새로운 직업,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 동정의 눈길보다는 힘찬 격려를 보내 주십시오.

 


그래서 못다 쓴 이야기가 아직도 너무 많이 남아 있어 아쉽습니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지금까지 제가 드린 글의 모든 내용은 전부 사실(事實)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저에 대한 평가(評價)결과가 나왔습니까?

 

지금까지 들어온 "진솔하다"는 이야기를 연재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 평가받고 싶은 바람입니다.

 

저를 아는 주위의 친구들은 가정얘기, 사적(私的)인 얘기는 빼버리라고 많은 충고를 해줬으나 거리낌없는 제 마음 때문에, 그리고 제가 연재를 시작하려 한 다른 한가지 이유(그만둔 이유에 대한 여러 소문과 억측에 대한 해명) 때문에 저의 가정(家庭), 저의 사(私)생활 등 저의 치부(恥部)를 모두 홀라당 까 들춰내 버렸습니다.

 

그러한 저의 작은 용기(勇氣)와 실천(實踐)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시고 질책보다는 사랑의 격려와 박수를 좀 보내주시면 합니다.

 

새로운 직업 세무사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전관예우(前官禮遇)는 바라지 않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세무사는 여러분의 따뜻한 말 한마디 잘 해주시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세금신고 때마다 국세청에서 발간하는 세목별 '신고지침' 끝부분에는 반드시 '세무대리인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라는 표현이 있을겁니다.

 

무엇이 유기적(有機的)이고 무엇이 무기적(無機的)입니까?

 

어떻게 하는 것이 유기적인지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것은 일방의 지시에 의한 복종관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세정에 협력하는 자(者)로서의 지위(地位)를 인정해 달라는 뜻일 것입니다.

 

세무사는 떼나 쓰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세정의 한 부분을 맡고 있는 '따뜻한 세정'의 공동 수행자라는 사실입니다.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지요?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저의 연재를 모두 읽으셨다면 새로운 직업,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 동정의 눈길보다는 힘찬 격려를 보내주십시오.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지 간에 저는 항상 세무공직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런 자긍심(自矜心)을 갖고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현직에 있을 때 여러 가지 제약(制約) 때문에 주저하던 것을 모두 해보고 죽을 작정입니다.

 

세무사 일도 하고, 산에도 가며, 골프도 치고, 즐기던 낚시도 하렵니다.

 

그리고, 더 늙기 전에 국내·해외여행도 자주 가렵니다.

 

건강(健康)하시고 행복(幸福)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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