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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6. (일)

"박 계장 빽 한번 써봐"(82)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의

그런 전화까지도 모두 위에서 하려니 바쁜 것입니다.

 

그것은 체육부의 사무관이 할 일입니다.

 

우승한 그 선수가 귀국하면 대통령이 아니라 체육부의 국장이나 과장의 접견으로 충분합니다. 대통령을 맞상대한 그 선수는 체육부 장관 알기를 뭣같이 알 것이 뻔합니다.

 

결재 들어가면 신문이나 소설을 읽고 계시는 윗분들에게서 여유와 편안함을 느끼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손가락 두개로 뭘 분석한답시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이리저리 분주한 윗분에게서는 좀 한심함을 느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말없이 인자한 미소만 짓고 있으면 그 조직은 잘 돌아갑니다. 위윗사람들은 아랫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가하신 윗분을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셋째는, 아랫사람을 존경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직장에서 제일 겁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청장님입니까?

 

국장님? 서장님?

 

저는 제일 겁나는 사람이 그 조직에서 제일 말단인 직원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수위나 기사님들입니다. 그 다음으로 겁나는 사람은 나의 신상을 바로 옆에서 관리하는 동료나 계장님이었습니다.

 

윗분 겁낼 것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쭉 지켜본 결과, 어찌된 심판인지 우리 국세청은 청장님만 되면 마치 옥황상제나 된 것처럼 사람도 달라집디다.

 

차장님 때까지는 야들야들했는데….

 

그것은 우리들의 비굴한 태도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VTR로 찍은 구내식당 점심시간 장면을 한번 틀어볼까요?

 

점심을 먹는 도중에 청장님이 들어오십니다.

 

모두 잠시 일어서는 것까지는 기본예의라고 인정을 합니다.

 

그런데 미리 와서 밥 다 먹었으면 먼저 나갈 일이지 청장님이 나갈 때까지 경직된 정자세로 죽치고 앉아있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회식때 술잔 권하면서 눈을 맞추려고 몇 십미터 줄 서 있는 모습 또한 가관입니다.

 

높은 어른들 식사는 좀 오래 걸립니다.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 자시고, 커피를 드시고, 이쑤시개를 사용하고 난 후에야 일어서십니다. 기다리기가 지루합니다.

 

각자 식사가 끝나면 나와 버리십시오.

 

제가 잘 압니다. 현재의 윗분들은 그런 아첨을 싫어합니다.

 

그걸로 괘씸죄를 적용하지 않을 겁니다.

 

식당에서의 기본적인 rule은 후입선출(後入先出)이 아니라 선입선출(先入先出)이 돼야 정상이 아닙니까?

 

이런 인식 때문에 나는 출세를 하지 못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추운겨울, 새로 지은 국세청 청사 착공식 때다.

 

애국가 4절을 부르고 나서 화장실에 갔더니 고추는 얼어붙어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힘들었고 입은 얼얼했다.

 

나는 청장님께 제발 애국가를 1절만 부르자고 말씀드렸다가 뒈지게 혼이 났다.

 

"이봐! 박과장! 4절 가사를 알고 있어요?"

 

"잘 압니다."

 

"함 불러봐!"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청장님 앞에서 독창솜씨를 발휘했다.

 

“저는 제일 겁나는 사람이 그 조직에서 제일 말단인 직원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수위나 기사님들입니다. 그 다음으로 겁나는 사람은 나의 신상을 바로 옆에서 관리하는 동료나 계장님이었습니다.”

 

"공무원이 갖춰야 할 덕목이 거기 다 들어 있잖아!"

 

"그러면 청장님 1절과 4절만 부르면 어떻습니까?"

 

"안돼!"

 

하여튼 나는 되든 안되든 윗분들에게 할 말은 다했고 아랫사람에게는 따뜻한 동료가 되도록 노력은 많이 했습니다.

 

아랫분들에게 용돈을 주라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주라는 것입니다.

 

복도에서 만난 수위 김씨에게 이렇게 말해보십시오.

 

"김형! 집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닌데요. 왜 그럽니까?"

 

"김형 얼굴 표정이 좋지 않아 보여 혹시 내가 도와드릴 일이 있나 해서 물어봤습니다."

 

김씨는 당신을 그 세무서에서 최고라고 생각하게 됨은 물론, 지방청 문서사송을 가서는 소문을 이렇게 내고 다닙니다.

 

"세상에 이런 고마운 직원도 다 있더라."

 

기사님들도 마찬가집니다.

 

넷째는, 납세자의 돈이나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김밥을 파는 납세자가 10만원의 세금을 냈다고 칩시다.

 

김밥 한줄에 천원이고 마진이 30%라고 한다면 333줄을 팔아야 십만원이 되지 않습니까?

 

손님이 가게에 들어올 때 "어서 오십시오." 333번을, 물 한잔씩 333번, 나갈 때 "안녕히 가십시오." 333번을 해야 됩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임을 생각하면 정말로 소중한 돈이 아닙니까?

 

납세자에게 친절하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나는 구미에 있을 때 직원휴게실을 만들어 오픈행사를 하면서 오신 손님들에게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납니다.

 

"저희 직원들이 세무서에 오시는 납세자에게 함부로 친절하면 서장이 혼을 냅니다."

 

"세금 내는 만큼 친절해야 되지 않습니까?"

 

"90%이상 내시면 90도 각도로 인사드리고, 60%를 낸다면 60도로, 50% 밑으로 낸다면 인사를 할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말입니다.

 

어쨌든 모든 납세자들이 90도 이상의 각도로 인사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고대합니다.

 

그리고 납세자의 상품은 절대로 그냥 가져오면 안됩니다.

 

우리가 가져오지 않았다면 그 물건을 좋은 가격을 받고 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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