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공무원은 국세청에 들어온 이상 천직(天職)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기회만 있으면 전직(轉職)을 하려는 후배님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혹시 가방속에 세무사시험 준비책자가 들어있지 않습니까?
매년 몇백명이 배출되는 세무사업계도 이제는 결코 순탄하지 않는 직업이 됐습니다.
사실 승진으로 명예가 올라가는 맛에 공무원을 합니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제가 인사를 담당할 때 '직급별 평균 승진 소요년 수' 통계를 내 보니 9급에서 8급이 10년, 8급에서 7급이 7년, 7급에서 6급이 9년 6급에서 5급이 10년이 걸리더군요.
결국 9급으로 들어와 사무관이 되는데 까지는 36년이 걸리고 이렇게 계산을 해보니 이사관까지 되는데는 60년이 소요됐습니다.
사실 이런 통계는 그나마 승진을 한 직원을 대상으로 계산을 한 것이라서 승진 못한 직원까지 모두 합친다면 정말 까마득합니다.
우리를 열 받게 하는 사실입니다.
열 받는 우리 직원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직급이 뭐 그리 중요하냐? 우리가 인생의 마지막 죽음을 맞이할 때 누가 멋있게 죽을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요.
'8급으로 그만둬 분해서 못 죽겠다'면서 그때까지 분통을 터뜨리며 신세타령으로 생을 마감하실 겁니까?
아니면, 자식들 앞에서 '내 생각이 나거든 내가 좋아하던 ○○소주를 제사상에 놓거라'하면서 씨∼익 웃으면서 멋지게 마감하시렵니까?
그러나 같은 동기생이라도 해가 갈수록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때는 우선 자기 자신부터 분석을 해봐야 합니다.
저도 '67년 9급에서 '83년에 사무관이 됐으니까 약 16년이 걸렸고 9년7개월만에 서기관이 됐으니 비교적 승진을 빨리 했다고 생각됩니다.
자아!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승진을 빨리 하는 방법과 세무공무원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제가 실제로 실천을 했던 일도 있고 제가하지 못했으나 이렇게 했으면 하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는, 실력입니다.
부기, 세무회계, 세법, 예규, 전산, 조사실무 등등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산적한 업무는 잠시라도 짬을 주지 않는데 그걸 모두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관리해야 할 납세자는 우리의 머리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종목에 대한 세무지식은 거기에 종사하는 회사의 직원들이 우리보다 더 도사(道使)들이라는 뜻입니다.
그들은 고도의 전문적인 D/B를 구축해 놓고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조사관들은 그들이 구축해 놓은 전산시스템에서 자유자재로 자료를 뽑아 활용할 수 있는 전산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무시당하지 않고 국세청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실력이 그들을 앞질러 있어야 합니다.
우선, 세법을 목차에서 정가까지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진도가 나가지 않더라도 그냥 소설책 보듯이 읽어 보십시오.
국세청에 들어온 첫해에는 일년에 한번을, 2년째는 두번을, 3년째는 세번을, 4년째는 네번을, 5년째는 다섯번을, 그 다음해부터는 한달에 한번씩 일년에 12번을 읽어보라고 권해드립니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지금 시작하십시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렇게까지는 못했습니다만 이렇게 실력을 쌓아두면 누가 뭐라도 겁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가서 실컷 놀고 휴식을 취해도 걱정 없습니다. 제 자랑 한번 해볼까요?
저도 젊었을 때 교육가서 세번 1등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둘째는, 윗사람을 철저히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의 상사분들은 우리의 신상을 관리해야 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에게 우리의 문제를 공사생활 할 것 없이 귀찮을 정도로 물어 보고 상의하며 지도를 받을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조사를 나간 업체에서 만일 금품을 주려고 하면 먼저 윗분과 상의를 하십시오.
"과장님 이러이러한데 받아도 되겠습니까?"하고 한번 물어 보십시오.
그리고 지시를 받으십시오.
세무공무원 하면서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큰일을 저질러 놓고 조직과 가문의 망신을 시켜서야 되겠습니까?
"서장님, 저는 삼형제 중에서 막내인데 아버님이 저보고 제사를 모시라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하고 개인적인 일이나 집안일까지 한번 물어보십시오.
이런 말을 하는 저는 제 신상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을 상의하지 못해서 좀 아쉽습니다. 바보같이….
세법을 달달 읽어 실력도 있는 녀석이 공사생활 모든 문제를 상의한다면 반드시 윗분들은 여러분을 신뢰하게 될 것이며, 아마 집안 동생같이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윗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헉! 그 녀석 정말 쓸만한 녀석이야!'
윗사람 바쁘신데 방해가 된다고 주저하신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위로 올라갈 수록 한가합니다.
그래서 괜찮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승진을 바라는 이유는 위로 올라갈수록 아래에 있을 때 보다 더 편하기 때문이 아닙니까?
우리나라는 좀 이상해서 윗분들이 아래 분들보다 더 바쁘고 고생하는 것처럼 설쳐댑니다.
그렇게 고생한다면 뭣 하려고 승진을 하느냐 말입니다.
저는 그래서 서(署)에서는 서장이 제일 한가해야 되고, 청(廳)에서는 청장이,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제일 한가해야 된다고 봅니다.
미국 'LPGA'에 벌떼 같이 몰려가 있는 우리 여자골프 선수들 중에 그날 모처럼 발에 땀이 난 한 선수가 어쩌다 우승한 것을 가지고 대통령이 축하전화를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