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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6. (일)

"박 계장, 빽 한번 써봐" (79)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의

 

 

지금까지 내가 다니며 겪어 왔던 국세청 생활, 한편의 드라마 같은 나의 인생행로에 대해 적어봤습니다.

 

아쉬움은 많았으나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그런 직장을 다녔어도 누구에게도 비난을 받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것은 각고의 자기통제 때문이었으며, 그것이 나의 최고의 자산이라고 자부(自負)하고 있습니다. 주위의 격려 또한 큰 힘이었습니다.

 

낙제점을 받은 저의 수신제가(修身齊家). 이제부터라도 우등생이 되도록 인생의 남은 기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습니다.

 

제가(齊家)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대구에 있는 약전골목에서 한의원을 하고 있는 유 박사의 얘기를 상기해 보면서 위안을 삼고 싶습니다.

 

"형님 용기가 있습니까?"

 

"진정한 용기는 아무나 하지 못하는 걸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이 뭔지 아십니까?"

 

"진정한 사랑은 아무나 하지 못하는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형님! 그러한 용기가 있습니까?"

 

이제 부모님과 형제자매, 친척들의 사랑은 되찾았습니다.

 

부모님도 대구에서 저희 집 바로 앞에 있는 노인호텔로 모셨고, 형제 자매들은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 주며 정(情)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식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찾지 못하고 있음이 못내 아쉽습니다. 언제인가 그들도 나를 이해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달 7일에는 고교동기생이 모이는 '능금회' 모임에서 회갑여행이라고 터키를 부부동반으로 다녀왔습니다.

 

이제 어느덧 그렇게 늙어 버렸습니다.

 

몸은 감가(減價)가 돼 이제 잔존가치가 얼마인지를 따지고 있는데 마음의 내용년수(內容年數)는 아직 무척 많이 남아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좀 설치지 말고, 미운 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 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알고도 모른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 어수룩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하다오.

 

이기려 하지 말고 져주시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그게 바로 지혜롭게 사는 비결이라오.

 

돈, 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질하게 말고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그러나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을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친구 만나거든 술 한잔 사주고 손자 보면 용돈 한푼 줄 수 있어야 늘그막에 내 몸 돌보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오.

 

우리끼리 말이지만 사실이라오.

 

옛날 일들일랑 모두 다 잊고 잘난 체 자랑일랑 하지를 마소.

 

우리들의 시대는 다 지나갔으니….

 

아무리 버티려고 애를 써 봐도 이 몸이 마음대로 되지를 않소.

 

그대는 뜨는 해, 나는 지는 해. 그런 마음으로 지내시구려.

 

언제나 감사함을 잊지 말고 언제나 어디서나 고마워하오.

 

나의 자녀, 나의 손자, 그리고 이웃, 누구에게든 좋게 뵈는 이로 사시구려.

 

멍청하면 안 되오. 아파도 안 되오.

 

지금이라도 골프도 배우고 바둑도 배우고 기(氣) 체조도 하시구려.

 

모쪼록 오래 건강하게 사시구려.◀

 

서교동에 산다는 어느 할머니가 쓰셨다나 정확히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이게 바로 나 들으라고 하는 충고로 여기며 살아갈까 합니다. 앞으로….

 

 

 

87. 꼭 드리고 싶은 말 

 

 현직에 있을 때 별로 심각하게 느껴보지 못하였던 것이었는데 세무사 개업을 하고 난 뒤에 절실하게 깨닫게 된 것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말로 세율이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소득세, 주민세에다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한다면 수입의 50∼60%이상이 세금으로 나가는 현실 앞에서는 누구나 두손을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연금,의료보험 부담금까지 합친다면 더욱 그러하다.

 

둘째는, 세무공무원은 직급을 불문하고 한사람 한사람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참으로 중요한 국정의 핵심업무를 담당하는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공권력의 권위가 아무리 떨어졌다 해도 우리의 조세 권력의 권위만큼은 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긍심(自矜心)을 크게 가져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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