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 제20회 지속가능성인증포럼 개최
"단순나열식 공시에 그쳐…지주사 등 공시방식 고민 커"
최운열 회장 "해외 주요국, 지속가능성 인증기관으로 회계법인 선호"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최운열)는 지난 3일 제20회 지속가능성인증포럼을 개최했다.
웨비나로 열린 이번 포럼은 ‘국내 지속가능성 보고 및 인증 현황과 해외 모범사례’를 주제로, 350여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공인회계사회는 지난 2022년부터 지속가능성 정보의 투명성 제고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가능성인증포럼을 운영해 왔다. 그동안 국내외 지속가능성 공시 및 인증 현황, 제도, 기준, 실무과제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인증인의 적격성, 국내 환경·온실가스 공시, 지속가능성 관련 회계 및 감사 이슈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며, 회계업계가 축적한 지식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해 왔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조사·분석한 국내 지속가능성 보고 및 인증 현황을 점검하고 해외 우수사례를 소개했다.
최운열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 현황 조사에서 기업 규모에 따른 공시 격차와 항목별 품질 편차가 있고, 인증 범위와 방법의 차이로 정보이용자가 내용을 일관되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함께 확인했다”며, “이번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ESG 공시기준 및 로드맵 마련이 포함된 만큼 국내기업들도 보다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연합 등 해외 주요국들은 지속가능성 인증기관으로 회계법인 특히 재무제표 감사인을 선호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회계법인의 인증비율이 6%에 불과해 회계법인의 인증 참여와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럼에서 첫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기도훈 한밭대 교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성에 복수의 기준이 사용되고 있으나 각 작성기준의 적용 범위와 준수 수준이 불명확하고 미공시 사유도 제시되지 않아 정보의 유용성이 떨어진다”며, “미흡한 부분들은 공시 및 인증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기업 책임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계법인의 감사 및 인증 전문성이 높아 지속가능성 성과나 공시품질이 우수한 기업일수록 회계법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공시·인증 로드맵이 조속히 확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배창현 강릉원주대 교수는 “해외의 경우 회계법인의 인증비율이 높고 윤리 및 품질관리 기준도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국내 관행과 차이가 있다”며, “향후 지속가능성 인증기관에 대한 인가와 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주제발표에 이은 종합토론에서는 송민섭 서강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학계, 인증기관, 기업, 연구기관, 기준제정기구, 회계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개진했다.
권세원 이화여대 교수는 “자산총액 5천억 미만 기업의 공시율은 전체 지속가능성보고서의 15%에 불과하다”며, “중소·중견기업이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는 가장 규제가 강한 나라에 대비해 보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일부 국가의 지속가능성 공시 일정 지연과 무관하게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김태경 로이드인증원 실장은 “우리나라에서는 ISAE 3000보다 AA1000AS가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며, 비용 효율성 때문에 주로 제한적 인증이 이뤄지고 있다”며, “기준 및 인증수준에 따른 차이를 이해하기보다는 관행적 선택이 빈번해 피인증기관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속가능성 인증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증인이 인증역량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다양한 이슈의 전문성까지 갖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은 대신경제연구소 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와 인증은 양적으로 늘어났지만, 어려운 항목의 공시율은 여전히 낮으며, 인증기준 활용에서도 글로벌과 구조적 차이를 보인다”며,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적용에는 통합적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고, 회계 기반 인증은 수치뿐 아니라 데이터 수집 및 내부통제 과정까지 검토하기 때문에 기업의 체계적 준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신지원 동아쏘시오홀딩스 팀장은 “보고서 발간 및 인증에 큰 비용과 인력이 소요돼 인력과 자원확보가 여의치 않은 중소·중견기업에는 부담이 크다”며, “특히 통합보고서의 경우 여러 부서와 그룹사 데이터를 취합해야 하므로 주관 부서의 어려움이 크다”고 실무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이 재무정보와 비재무 정보간의 정합성을 갖추기 위해 시스템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 지속가능성 공시의 양적 확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내용의 충실성, 이행 여부, 신뢰성을 중시하는 등 질적 수준의 향상이 요구된다”며, “지속가능성 인증 관련 해외 연구에서도 인증 여부보다 인증 품질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도 단순히 현황 파악을 넘어 질적 전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은 “한국회계기준원에서는 스코프 1·2·3 측정, 물리적 위험 식별, 내부탄소가격, 기후 회복력 등 공시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난 부분에 대해 기업 의견을 반영해 교육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공시 미흡 부분으로 선별된 기후 관련 위험·기회, 취약·부합 자산 또는 사업활동 금액과 백분율에 대한 교육자료 발간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대근 삼정회계법인 파트너는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행 기업 수는 늘어났으나 다양한 작성기준이 혼용돼 비교 가능성이 낮다. 재무적 중요성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단순 나열식 공시에 그치고 있으며, 전략과 위험 및 기회의 연계도 미흡하다”며, “지주사 등 복합 산업 기업들은 공시 방식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증기준이 난립해 요구사항과 수준이 제각각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국제지속가능성인증기준인 ISSA 5000 도입 논의가 늦어지고 있어 제도권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급하다”며, “공시기준과의 괴리가 생기지 않도록 공시와 인증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