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인천·강원지역을 포함한 수도권(이하 수도권)지역 세무사들은 이번 회장선거를 '세무사 거듭나기' 계기로 삼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는 과거의 세무사회 집행부에 대한 '아쉬운 감정'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회장으로 당선되면 모든 것을 다 이뤄 내겠다고 공약했던 사람들이 막상 당선되고 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공약을 저버리는 사례를 낱낱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 과거 일부 회장들은 회장직을 마치 자신의 정치적 입지기반인양 활용하면서 정작 회원들의 권익과 위상 제고는 별로 얻어 놓은 게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상당수의 뜻있는 회원들은 고시회니 비고시회니 하면서 계파싸움을 벌인 나머지 진정한 일꾼을 뽑는 데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이번만은 모든 연(緣)을 초월해 '누가 과연 위기의 세무사계를 구해 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자는 분위기다.
따라서 서울지역 회원들은 대부분이 개인적인 친불친을 떠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투표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여론이 예전에 비해 매우 강하다.
김정부씨, 정구정씨, 정은선씨, 조용근씨(이상 가나다순) 등 4명의 예비후보는 현재까지는 제각기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보들 모두가 당선을 장담하고 있는 데다, 나름대로 각자 자신이 기선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김정부 예비후보의 경우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것은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선거법 위반혐의로 부인이 실형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결정적인 감점으로 보고 있다. "선거법으로 의원직까지 상실한 사람이 세무사회 회장으로 나오겠다는 것은 세무사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김정부 예비후보가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선거법 위반 부분을 얼마만큼 회원들에게 납득시키고, 특히 회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정구정 예비후보는 회장을 한번 역임했다는 점이 강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장을 역임했던 사람으로서 경험이 회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회장시절에 해놓은 게 별로 없고, 특정 사건으로 회원과 고소 고발사태를 만든 것 등은 회장으로서의 덕목과 자질을 의심스럽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은선 예비후보는 비교적 부드러운 이미지와 서울회장을 내리 연임했던 경력을 높이 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서울회장은 본회장과는 차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고, 대내외적으로 산적해 있는 세무사계의 현안을 풀어가려면 카리스마와 무게도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조용근 예비후보는 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데다 친화력과 정·관계와 언론계 등을 망라한 폭넓은 대인관계 등을 강점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세무사계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세무사위상 제고와 업무영역 확대 등을 꾸리고 성취하려면 정부기관의 폭넓은 협조가 절실한 게 현실인데, 그것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세무사 경력이 짧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세무사들은 최근 등장한 지방회 독립문제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지방회 독립을 가장 바랄 수 있는 곳이 서울·중부회 소속회원들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무색케 하는 것이다.
회원들은 지방회 독립은 회직자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지방회가 독립됐을 경우 지방회의 목소리는 커지는 반면 본회의 구심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세무사계가 안고 있는 절박한 현안을 풀어갈 때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이다.
특히 지방회 독립문제로 힘을 소비할 게 아니라 힘을 본회 한군데로 모아 차기 회장을 중심으로 험난한 파고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지방회 독립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느냐 여부에 따라 표를 주겠다 안 주겠다 하는 것은 회원들의 본뜻을 헤아리지 못한 서울과 중부회 일부 회직자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지방회 독립 여부가 지금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하루가 다르게 추락해 가는 세무사 위상을 걱정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것 외에는 별로 보이는 게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쨌거나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회원들이 전체 회원의 절반을 훨씬 넘기 때문에 수도권 회원들이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회장 당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4명의 후보가 거의 모든 회원들과 직·간접으로 다 아는 사람들이어서 회원들은 나름대로 누굴 찍을까 고심하는 이가 많은 것 같다. 회원 대부분이 "4명의 후보들과 전화접촉은 다 있었다. 그냥 덕담으로 알았다. 열심히 하라고는 했지만…"이라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거물급 인사의 영입 실패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다.
작년 가을 정·관계와의 협력과 회 위상을 생각해서 회장을 거물급 인사로 영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회 안팍에서 나왔을 때 조용근 후보가 '회를 위해서는 거물급이 꼭 필요하다. 장관 출신 거물급이 영입된다면 나는 출마를 접고, 그 거물급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던 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면서 조용근씨 이미지에 별도의 플러스가 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 후보 개인적인 면을 떠나 막판 표 쏠림현상이 나타날지, 그렇다면 누구에게로 쏠릴지에 대해서도 회원들은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관서 출신으로 분류되는 김정부씨와 정은선씨, 조용근씨가 끝까지 갈 경우 고시회원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구정씨가 많은 득을 보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김·정·조 진영에서는 단일화가 안될 경우 표가 분산돼 정구정씨가 유리해 진다는 이유에서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 회원들의 전언이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회원들은 연고관계나 지엽적인 문제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세무사계 위상을 제대로 세워줄 사람을 선택한다는 큰 원칙을 서서히 가다듬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후보들간에 아직 상대를 비방하거나 흑색선전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퍽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만약 상대를 비방하는 후보가 나오면 아무리 친소관계가 좋아도 표를 찍지 않겠다고 말하는 회원들이 많다. 상대를 비방하는 후보는 결과적으로 세무사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