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8.04. (월)

세무 · 회계 · 관세사

분식회계에 대한 법적용, 어떻게 하여야 하나

미국의 분식회계에 대한 법적용 사례를 놓고 국내기업들에게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국내기업관행상 존재하여 왔던 사회상규를 법원이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교수는 자유기업원 기고문을 통해서 국내 분식회계 법적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전 교수는 “분식회계의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기업과 기업총수들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들에 귀를 기울일 필요 또한 있다.”고 주장했다.

                               
           

 

       
           

                       

 

 

 

     


■ 본내용은 참고자료이며 한국세정신문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수 있습니다.

금년 3월 증권관련집단소송법상의 부칙을 개정하여 분식회계를 집단소송의 대상에서 2년간 유예하기로 한 후 잠잠하였던 분식회계문제가 대우 그룹의 전회장인 김우중씨의 귀국과 동시에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였다.

앞으로 검찰이 수사할 김우중 전 회장의 혐의는 분식회계 41조원, 사기대출 10조원, 외환도피 200억 달러 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기대출이나 외환도피 등의 혐의는 분식회계를 전제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어떻게, 얼마나, 왜 분식회계를 하였는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김 전 회장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총수들에 대한 종래의 검찰수사를 보면, 초기에는 다른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다가도 종국에는 분식회계에 대한 형사처벌로 끝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최근 들어 기업총수에 대한 형사처벌은 결론적으로는 분식회계가 주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분식회계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과 기업총수는 없다는 단언까지 언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분식회계란 이를 신뢰한 사람들에 대한 사기적 행위라는 점에서는 형사처벌은 당연하지만, 만약 모든 기업과 총수가 이로 인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기업관행에 해당하는 사회상규에 대한 형사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우리 형법 제20조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에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외환위기 이전의 우리 기업환경상 분식회계가 혹시 사회상규에 해당하지는 않는가 하는 의문을 갖고 검토해 보고자 한다.

분식회계에 대한 법적용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분식회계와 관련하여 법적 처벌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신정제지사건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증권감독원은 감리결과 기업주와 공인회계사가 공모하여 분식회계를 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후 신정제지의 소액주주 3인이 신정제지와 공인회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승소한 바 있다.

그 후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제고가 우리 경제회생의 가장 큰 열쇠가 된다는 판단하에 1997년 이후부터 대대적으로 법을 제·개정하여 기업투명성제고를 위한 박차를 가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개정법률 들에 의하여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분식회계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추궁이 진행되었다.

즉,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추궁이 본격적으로 사회적 이슈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대우그룹사건부터이다. 그 이후 2002년 현대상선사건, 2003년 SK 사건 등 연이어 분식회계와 관련한 사건 등이 검찰수사의 대상이 되고, 경영진들에게 유죄판결 등이 내려지면서 분식회계에 대한 형사처벌이 일반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04년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을 제정하여 분식회계에 대한 엄중한 민사적 책임까지 부과하는 단계까지 이른바 있다.

그러나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시행과 관련하여 2005년 2월 국회가 과거분식회계에 대하여는 동법의 적용을 2년간 유예함으로써 사실상 위법성과 사회상규성의 경계선상에서 서있었던 분식회계를 민사책임분야에는 사회상규성에 가까운 것으로 결론이 난 바 있다. 그러나 형사책임분야에서는 여전히 위법성에 비중을 두는 법적용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사건의 경우 이미 김우중 전 회장을 제외한 경영진들에 대하여는 이미 41조원의 분식회계에 대한 엄중한 유죄판결이 내려졌으며, 이어 귀국한 김 전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현대상선 사건은 고 정 회장에게 형사처벌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피의자의 자살로 사건이 일단락되었으며, SK 사건은 최 회장과 손 전회장에 대한 유죄판결로 일단락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즉, 현재까지 법원은 형사처벌과 관련하여서는 분식회계를 사회상규로 보아 정당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사기행위라는 위법성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유죄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분식회계에 대한 법적용의 문제점
이러한 분식회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우선 회계정보를 최종적으로 생산하는 회사, 이사, 대주주 등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잘못된 회계정보 생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회계법인이나 감사반 등 외부감사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또한 과거분식회계가 기업들의 관행상 사회상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위법성만을 강조하여 이에 대한 엄격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들도 있다. 즉, 과거분식회계의 원인을 보면, 첫째로 과거 성장 위주의 개발경제체제 아래에서 국내기업들에게 있어서 회계정보가 그렇게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째로, 과거에는 기업들이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로비나 압력 등의 요인으로 인해 금융기관이 대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회계정보 감독자나 부패한 정치인 및 일부관료들로 인해 비자금 조성을 위한 불가피한 분식회계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이다.

고 정 회장이 자살로써 모든 것을 덮고 간 현대상선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또한 최근 김 전 회장의 입국과 관련하여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누가 그에게 출국을 권유했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김 전회장이 귀국하면 잠못잘 인사가 많다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들을 반영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분식회계 문제는 이미 민사책임분야에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적용유예를 통하여 그 사회상규성과 불가피성을 인정하였듯이 형사책임분야에서도 심각하게 논의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결 어
미국 유명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들이 1990년부터 99년까지 작성되었던 세계 31개국 제조업체들의 회계장부를 분석하여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비교평가한 바 있다. 분석결과 미국기업이 76.5%로 최고였으며, 일본은 56%, 그리고 한국은 39.9%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미국에서는 엔론, 월드컴 등의 대규모 분식회계가 발생한 바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이들 미국기업들은 분식회계를 통하여 CEO들이 수백만 달러내지 수천만 달러의 보수를 챙기는 등의 도덕적 해이현상이 심각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의 분식회계조사결과 드러난 위법사실을 보면, CEO들이 개인적으로 이익을 챙긴 사실보다는 오히려 대북지원사업이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등 정치권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된 사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미국의 분식회계에 대한 법적용 사례를 놓고 국내기업들에게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국내기업관행상 존재하여 왔던 사회상규를 법원이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 문제가 된 분식회계사건의 대부분은 1997년 이전부터 안고 있었던 분식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 현행 법률로 이에 대한 단죄를 논하는 것은 기업과 기업총수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분식회계는 우리 경제의 급속한 고도성장으로 인하여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시각들이 많았다. 또한 우리 경제가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분식회계라는 과거를 딛고 보다 투명한 기업회계 관행이 정착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기업과 기업총수들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들에 귀를 기울일 필요 또한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shchun@ssu.ac.kr)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