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세제개편안 내용이 곳곳에서 느슨함을 보여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특히 면세점을 축소하겠다는 정부안은 세원확대라는 방향에 부합하지만 저소득층의 세부담 증가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또 재산세제에 관한 중장기 세제개편방향은 보유과세 강화와 거래과세 축소를 밝히고 있으나 보유과세 강화에 대한 방침이 없는 것도 지적사항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재정세제위원장·안종범)은 `면세점을 축소하겠다는 정부안은 세원확대라는 방향에 부합하지만 저소득층의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면세점의 축소는 세율인하 논의를 불러일으켜 결국 최고세율로 인한 세부담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산세제와 관련 경실련은 `보유과세 강화에 대한 방침은 없다'고 전제한 뒤 `거래세를 축소한다는 것은 세수 감소를 의미하며 공적자금과 국가부채 등 재정부담과 사회복지분야의 재정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세원의 확대가 당면한 주요 과제임을 생각할 때 보유과세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중장기 세제개편안 중 자영사업자의 과표양성화는 세부담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전제일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것으로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시민들은 선거 등 여러 가지 정치적인 고려에 의한 선심성 세제개편으로 조세체계가 왜곡되는 것을 누차 경험해 온 만큼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세제개혁 의지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종범 위원장(성균관대 교수)는 “면세점을 축소시키면서 특별공제 항목별 한도금액의 상향조정과 신설항목의 추가 등을 골자로 하는 특별공제제도 전면개편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안 위원장은 “금년도 세법개정안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왜곡된 조세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하나의 단계임을 잊지 말고 비교적 긍정적이라 평가할 만한 중장기 세제개편안을 기준으로 미진한 점을 즉시 검토·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재정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내년의 지자체 선거와 대선을 겨냥해 선심정책을 남발해서는 안된다”며 “목적세의 단계적 폐지와 신설 억제의지를 관련 부처와 집단의 이해관계에 밀리지 말고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경실련은 조세의 형평성을 위한 보유과세 중과 및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과세표준금액 인하방침과 조세의 부분포괄주의에 대해서는 매우 전향적인 정책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깨 경실련은 지난달 30일 건강세 도입 논의에 대한 성명을 통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우려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목적세인 건강세를 도입할 경우 재정운용이 경직되고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건강세 도입에 대한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종범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은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매년 목적세 세입으로 확보되는 재원을 모두 특정부문에만 집행한다는 것은 경직적이고 비효율적인 예산운용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또 “목적세가 주로 기존의 세금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조세체계를 상당히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도 있다”며 “대표적인 목적세인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의 경우는 각각 11개, 7개의 세목을 부과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에 따라 건강세라는 또다른 목적세를 도입해서 재정운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기 보다는 실제 필요로 하는 재원이 얼마인가를 정확히 계산하고, 이를 위한 재원조달방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