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리 "의도 좋지만 시기가 부적절"
참여연대 "경제활동 위축 우려 기우다"
국 세 청 "투명사회 구현위한 필수제도"
'국세청이 시행하고 있는 접대비실명제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한 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발언 파문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李 장관의 발언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보여 입장차이에 따라 명암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첨여연대는 향락성 접대문화 근절을 통한 투명경영 정착으로 진정한 기업·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경제수장이 취임 첫날부터 제도의 의미와 국세청의 조세개혁 의지를 퇴색시킨 것에 대해 비판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최영태 회계사)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접대비실명제 관련 재경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의견 및 질의서'라는 공문을 지난 19일 재경부 장관에게 발송했다.
공문에서 참여연대는 '李 장관이 접대비실명제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어려운 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업무 관련성도 밝히지 못할 정도의 향락성 접대비를 계속 방치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탈세를 모른척하는 것이 과연 경제를 살리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한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조세개혁정책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진정한 경제 살리기 또한 계속 퇴보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접대비실명제가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李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참여연대는 접대비실명제를 실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현재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된다는 실증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기업들이 50만원 접대비 상한선을 피해 금액을 잘게 쪼개 지출하는 등 벌써부터 이를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안해 내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李 장관의 우려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재경부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인 접대비실명제에 대한 그릇된 인식 하에 이를 어떤 식으로든 후퇴시켜서는 안 되며, 오히려 현행 접대비실명제가 좀더 실효성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강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재경부가 접대비실명제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이 무엇인지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國稅廳은 '접대비실명제'를 둘러싼 기업체들의 지속된 건의를 비롯, 이같은 李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최병철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올 1월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건당 50만원이상 접대비 증빙 의무화제도는 기업체질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는 물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시행돼야 할 조치"라며 당초 국세청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최 국장은 접대비실명제와 관련 "이번 조치가 접대비 지출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기업의 접대비는 해당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지출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 국장은 또한 "건당 지출액이 50만원미만인 경우에는 접대내역에 대한 입증이 없더라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므로 이번 조치로 달라진 부분이 없으며, 건당 50만원이상 지출한 접대비에 대해서는 기업이 업무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경우 비용으로 인정하고,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세법상 비용처리가 안되는 것일 뿐 접대비 지출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국장은 "접대비를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기업이 접대한 금액의 약 30%를 정부가 예산에서 지원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기업주 등의 개인적 사용 등 업무 관련성이 없는 접대비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도 업무와 관련없는 접대비에 대해서는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 예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 국장은 "세금 탈루를 위해 고의적으로 편법처리되고 있는 일부 접대비는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국세청 전산망을 통해 시간대·사용자·업소별로 파악·분석이 가능하다"면서 "향후 기업의 법인세 신고후 불성실 법인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용섭 국세청장을 비롯해 이주성 차장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반부패기관협의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접대비실명제와 관련 "일단 시행된 정책인 만큼 계속 시행해 갈 것"이라고 의지를 확고히 했다.
대한商의 관계자는 "국세청은 기업의 부담 완화와 내수 위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업무 관련성 입증 대상금액을 50만원으로 정했다는 설명이지만 이 금액 역시 기업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상의 관계자는 "접대문화를 개선하자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수준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접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법상 접대비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윤리의식을 높이고 기업의 자율적인 접대문화 개선 노력을 유도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S某기업 경리 책임자는 "국세청의 접대비 규정에 대해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은 현실 변화에 갑자기 대응하기가 곤란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접대비 규정 변화는 긍정적이지만, 단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