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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4. (화)

[기획연재/세관야화 ⑬]70년대 크고작은 사건들

다양한 경로로 부정외래품 유입 / 애국장병 밀반입 조사에 울기도



70년대 무렵 관세청장이 직접 나서 부정 외제차량을 일소한 사건은 관세청 개청이래 청장의 가장 큰 업적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꽤 많은 부정 외제차량이 시중에 유출돼 버젓이 위장번호판을 달고 운행하며 탈세도 만연했다.

또 한편으로는 일반 서민들의 경우 외제차량을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시절이었건만 시중에 유출된 불법차량이 길가에 버려져 나뒹구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됐다.

불법 외제차량은 모두 SOPA(Status of Forces Agreement)에 의해 면세로 들여온 美 군용차량들로 내국인이 구매해 시내에 끌고 다녔던 것이다.

某 신문사 사장이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세관에까지 전해져 그 신문사 사장을 연행하기에 이르렀다.

사장은 다급해지자 당시 관세청장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심리과에서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면회를 허락치 않아 결국 유죄가 인정돼 벌금을 물고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한편 베트남전 당시만 해도 우리 나라 경제는 좋지 않았다. 당시 참전용사들 중에는 귀국시 TV, 카메라 등 외제품을 몇 개씩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을 모두 단속할 수는 없는 처지였으므로 세관에서는 웬만한 사안은 문제삼지 않고 그대로 통관시켰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과다한 외제품 반입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었는데 한 세관직원이 과다반입 장병을 밀수혐의로 검거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후 국군 보안사에서 연락이 와 조사 담당직원이 불려 간 것이다. 보안사로 불려간 직원은 초주검이 됐고 다음날 세관에서 직접 보안사로 가 신병인수를 해왔다.

보안사에서 하는 말이 “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싸우다 귀국하는 군인들이 외제물건 몇 개 지니고 왔다고 해서 애국 장병들을 밀수혐의로 잡아들일 수 있느냐”고 오히려 따져 물은 것이다. 세관 직원들의 허탈하고 허망한 순간이었다. 암울한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씁쓸한 여운이 남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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