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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6. (목)

내국세

내가 낸 세금... 세금별도표시·내기의 실효성

별도세금표시 조세정의 실현에 한몫



홍기용 인천대 교수

  얼마 전 `부가세 별도부과 사업자 늘어 소비자 혼란'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상품이나 음식을 판매할 때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내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어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는 “사업자나 식당이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부과하는 것은 판매가격을 낮게 보이려는 상술에서 시작됐다고 본다”면서 “별도 표시가 소비자에게 주는 이익은 전혀 없으므로 시정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사업자들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조세정의의 실현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오히려 세금의 별도표시·내기의 관행을 유도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세금의 별도표시·내기는 조세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미국 등 선진국을 여행하다 보면 매일 보는 문구 중 제일 많은 것은 세금이라는 단어이다. 상품을 사면 영수증에는 반드시 세금이 얼마인가를 알 수 있도록 구분하여 기록되어 있고, 상품의 가격을 표시하는 경우에는 세금이 포함되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따라서 상품을 살 때마다 세금을 별도로 내야 하고 또한 세금이라는 단어를 매번 보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은 상인이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매출누락으로 세금도 떼어먹는 놈으로 인식하게 되고, 또한 정부가 제대로 정치를 하지 않으면 세금을 걷어가는 정부에 대해 불평도 하고 관심도 많다. 이는 곧 세금의 별도표시·내기를 통해 국민에게 자연스럽게 세금의 중요성을 일깨워 줌으로써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하루 종일 길거리를 다녀도 세금이라는 단어를 볼 수 없다. 세금의 통합표시·내기의 제도는 국민에게 세금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지 못해 조세정의의 실현을 방해하는 아주 잘못된 관행이 되고 있다.

  기업경쟁력의 제고

둘째, 세금의 별도표시·내기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준다. 정상적으로 세금을 잘 내고 있는 업체의 상품가격은 세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높게 형성되는 데 반하여 세금을 떼먹는 업체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다. 이는 기업경쟁력으로 인하여 가격이 차이나는 것이 아니고 세금을 불법으로 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세금을 잘 내는 업체만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업체를 가려내는 방법은 광고 혹은 영수증에 세금을 별도로 표시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당해 광고 혹은 영수증을 본 소비자는 왜 가격이 차이가 나는지 알게 될 것은 물론이고 세금포탈의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상품가격이 세금때문에 오르는 것인지 아니면 상인때문인지 알지 못하는 관행을 유지하는 나라에 세계무역 10위권에 있는 우리 나라가 속한다는 것은 수치다.
이제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조세의 저항을 받지 않고도 세금을 잘 걷는 현재의 세금통합표시·받기의 관행을 관망하지 말고 오히려 세금별도표시·내기의 좋은 관행이 유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도 이제는 상인의 탈세감시를 정부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시민이 직·간접적으로 탈세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이는 선진국일수록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세금별도표시·내기를 하고 있고 영수증에도 세금을 꼭 별도로 표시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서 우리 나라에서도 이를 잘 살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것이 `내가 낸 세금을 내가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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