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열 공인회계사
전통적 견해인 의무설, 희생설(sacrifice theory)에 따르면, 세금이란 국가가 공공서비스의 공급을 위해 일반 국민들로부터 개별적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화폐 또는 재화를 지칭한다. 따라서, 세금은 개인의 땀과 눈물의 결과이며 정부의 예산지출행동은 결국 납세자의 땀과 노력을 요구하는 개인의 노동 소득 및 자산의 강제적 포기가 필연적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나라살림을 꾸려가는 데 필요한 세금을 내는 납세자는 나라의 주인이다. 납세자는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에 국가재정 즉, 나라살림의 주인 역할을 해야 한다. 나라살림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은 납세자들이 내야 할 세금을 바르게 낼 뿐만 아니라 자신이 낸 세금의 씀씀이에 대해서도 늘 감시하고 꼼꼼이 따질 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재정지출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센티브 제도를 통한 예산절약 및 예산지출 감시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예산절약 및 정부예산지출활동 감시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가 확실히 시행되고 있지 않다. 물론 예산절약 인센티브 제도로 작년부터 시행중인 예산성과금제도나 '7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무원제안제도가 있으나, 이 두 제도는 여러 측면에서 서로 중복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두 제도 모두 그 적용대상을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예산절감이나 세수증대를 주목적으로 하는 예산성과금의 경우 어느 누가 제안하더라도 결과가 중요하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예산성과금제도의 참여대상을 일반시민에게로 확대하여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도 나라살림대화방운영제도, 감사청구제도 및 정보공개청구제도 등을 통하여 일반 시민이 재정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부분의 제도들에는 성과금의 지급 등 직접적인 인센티브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
미국의 경우 일반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근거한 예산부정신고보상제도(Qui Tam Provision)를 시행하여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어떠한 예산절약 인센티브제도의 성과보다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 제도는 정부계약이나 정부예산지출의 수혜 등 그 어떠한 형태이든간에 부정한 방법으로 정부예산의 지출을 요구하는 계약자나 수혜자에 대해 국민이 국가를 대신하여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남북전쟁 당시 군수계약과 관련하여 만연하였던 각종 비리를 뿌리뽑기 위하여 제정된 링컨법(Lincoln law) 또는 정보제공자법(Informer's Act)이라고 알려진 `the Civil False Claims Act'에 의해서 처음 도입되었다. 현재 고발자에 대한 보상금액은 정부가 피고발자로부터 환수한 금액의 최고 15∼30%까지이며, 피고발자는 소송결과 부정한 행위가 증명되면 그 행위로 인해 연방정부가 입은 손실 금액의 3배와 한 건당 5천불에서 1만불에 해당하는 벌과금을 지불해야 한다.
동 제도의 운영을 통해 '87년부터 '98년까지 총 2천4백20건의 소송이 제기되었으며 소송결과 미국 정부는 21억불 이상의 돈을 환수할 수 있었고, 소송제기인에게는 1억불이상의 보상금이 지불되었다. 특히 '97년에는 한해 동안 동 제도로 인해 6억불이상의 돈을 환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 탈세 제보를 바탕으로 탈세조사가 이루어져 탈루세액을 징수하는 경우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 시민에 대하여는 확정 포탈세액의 5%이상 15%이하 범위내에서 최고 1억원까지 탈세정보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한 홍보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실제 그 활용도는 미미한 실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예산성과금과 관련한 시민참여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하여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편 예산지출 감시와 관련한 시민참여는 그 특성상 부정이나 비리에 대한 고발 등 부정적인 사례와 개인적인 민원 성격 위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제도도입을 추진함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 및 재정관련 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재정개혁을 지원할 정보인프라의 구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