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세청은 정도세정, 제2의 개청을 내걸고 활발한 개혁노력을 전개하였다. 특히 새롭게 신설된 납세자보호담당관은 국세청의 자체 평가에서는 물론, 많은 납세자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받고 있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납세자보호담당관에 의해 경감된 억울한 세금이, 무려 2천5백88억원에 이른다는 것만으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한번만 반대로 생각해 보자.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생긴 지 채 1년도 안 되어 무려 2천5백억원이상의 억울한 세금 경감이 있었다는 사실은 최소 지난 10년간 2조이상의 억울한 세금이 부과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은가? 국세청이 조금만 더 일찍 납세자의 권익과 권리를 보호하려 노력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겠는가? 제도의 개선과 이를 실천하려는 당국의 의지가 갖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납세자보호담당관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이를 국세청이 자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납세자가 과세당국에 대해 직접적으로 느끼는 불만이 전부인 것은 아니다. 성실한 납세자들이 불성실한 납세자들에 대해 느끼는 불만과 상대적 박탈감 또한 상당부분 과세당국에 의해 방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한해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자영자소득파악'문제란 결국, 정부당국의 의지부족과 정치권의 득표전략이 수십년간에 걸쳐 월급생활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탈세범에 대한 무원칙적인 처벌은 납세자들로 하여금 `탈세불감증'을 당연시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결국 성실하게 납세를 하면 어리석고, 교묘히 탈세를 하면 똑똑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만연시킨 일등공신은 과세당국이었던 것이고, 납세자의 정당한 권리의식은 탈세자의 왜곡된 권리의식보다 열등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국세청의 `세금감시고발센터'라고 생각된다. 결국 그것은 납세자들 스스로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탈세현실을 바로잡겠다는 과세당국의 의지의 산물에 다름 아니다.
한데 국세청이 납세자보호담당관제도에 대해 많이 자랑하고 홍보하는 것에 비해, 세금감시고발센터의 성과나 운영실태에 대해선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사회 납세자 권리보호에 대한 인식수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정부가 시혜하는 듯한 제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납세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이는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지레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납세자들의 의식수준이 낮은 탓으로 돌리곤 한다. 과연 그것이 납세자들만의 잘못인가?
현재 정규교과과정은 납세자들의 정당한 권리에 대해서 자세히 교육하고 있지 않다. `납세란 국민의 4대 의무'라고만 교육될 뿐, 의무에 상응하는 권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전혀 언급조차 없다. 이런 현실에서 납세의식만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분명한 과세당국의 직무유기인 것이다.
납세자보호담당관제도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세금감시고발센터의 활약상이 소개되고 홍보될 때 우리 사회의 `납세자 권리보호'는 온전한 모양새를 갖추게 될 것이다. `납세자의 권리'란 그저 과세당국이 시혜하는 듯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과세당국의 부당한 조치와 불성실 납세자를 상대로 힘들게 싸워 되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