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20. (금)

[시론]한미 FTA 득과 실

박정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우리 대표단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차 워싱턴을 방문 중이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농산물과 서비스 시장개방, 지적재산권 보호와 함께 자동차세 제도의 개편까지 요구하고 있는 모양이다. 반면에 우리는 민간차원에서 FTA 반대를 위한 시위대가 워싱턴 현지에서도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등 협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자간 협정인 DDA는 미뤄놓고 왜 다들 양자간 FTA 체결에 열심인가. 최혜국대우를 모든 회원국에게 적용하는 다자간 협정, 즉 GATT/WTO체제는 예외조항이 지나치게 많고 회원국들의 무임승차 등 도덕적인 해이를 방지하기 어렵다. 또한 회원국의 수가 149개 국에 달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지난한 과제이다.

19세기 민족국가가 형성된 이후 자유무역의 이점과 보호무역 내지 중상주의간의 대립은 이해관계자 집단간의 정치경제, 나아가서 국가간의 정치경제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자유무역을 하면 소비자와 수출업체는 이득을 보지만 수입대체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아직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농산물이나 서비스업계는 시장을 잃게 되는 손해를 보게 된다. 결국 세계화이후의 부의 지배를 이야기한 레스터 써로우의 경쟁의 물결에 동참하는 용기를 내느냐 아니면 사다리 걷어차기 논리에 입각해 보호의 장벽을 유지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나 월드컵이라는 세계무대를 외면할 수 없듯이 세계는 냉정한 경쟁의 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우리가 3 대 1로 패했다고 해서, 그리고 아프리카팀들의 개인기와 창의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고 해서 토고와의 본선에 대비하기 위해 세네갈, 그리고 가나와의 평가전을 준비한 아드보카트감독을 나무랄 수는 없다. 본 게임에 임하는 선수들, 그리고 응원하는 국민들의 사기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전략이며 전략은 적을 알지 못하면 적절히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렇다. 우리는 국민소득의 3분의 2를 수출과 수입에 의존해 경제를 꾸려가는 소규모 개방경제이다. 우리는 더이상 최빈국이나 개도국의 지위를 고집하기 어려운 세계 무역규모 11위 수준이고 미국은 우리나라 무역의 2대 상대국이며 우리나라는 미국의 7대 무역상대국이다. 18세기 영국이 패권국가로서 세계무역을 주도했듯이 20세기 후반부터는 미국이 패권국가로서 세계무역을 주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고 지속적인 무역적자로 미국의 위상은 흔들려 일방적인 자유무역을 주창하도록 기대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내 것은 열지만, 네 것은 닫든 말든 상관없이 무역 확대를 통한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해 자유무역을 내세우기보다는 상호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서두를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면하고 갈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전략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장기적인 계산하에서 줄 것과 받을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협상전략 차원에서 모든 부문에서 우리의 주장을 관철하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시장개방의 부문 중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지대의 축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방을 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영역을 선별해내는 작업이 긴요하다.

협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시한에 쫓겨서 따져야 할 것을 제대로 집지 못해서는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또 하나의 사실은 지금의 시점이 결코 빠르지 않을 수도 있으며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다자간 협정에 의지하기보다는 쌍무간이나 지역간 협정에 의해 무역기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많은 나라들과 FTA나 지역적인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우물안 개구리로 논쟁을 할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다.

※본란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