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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시론]우리의 골드러시(Gold Rush)들

김종상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골드러시'란 미 대륙의 서부개척사에서 중요한 모멘트가 된 사건으로,현재의 캘리포니아주의 새크라멘토 부근 아메리카강(江)의 지류 강바닥에서 누런 황금이 발견되고 그 주변에서 많은 금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자 동부 13주를 중심으로 살고 있던 미국인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서부로 달려갔는데 이때가 1849년의 일이었다.

우리 50대이후 세대들은 역마차들이 달려 나가고 인디언들의 습격장면이며, 유명한 총잡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 시절의 서부영화를 낭만스런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이 시대의 골드러시를 연상케 하는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다.

우선 지난 10여년간 많은 국내기업들이 짝사랑하듯 중국으로 몰려 나갔으니, 중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글로벌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우리 제조업체들의 중국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져 왔다.

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더 큰 매출과 영업이익,즉 금을 캘 수(확보할 수)있다고 믿고 진출(Rush)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상황은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돼 있었기에 중국에 진출기업 3분의 1쯤은 별 재미(어느 지역, 한국기업의 70%가 적자)를 보지 못하고 물러나고 있다고 한다.

또 한편 국내의 부동산시장에서는 요 몇년사이에 행정수도의 이전·전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해 전국 방방곡곡으로 돈이 될만한 곳이면 달려갔으니 이 또한 부동산(^골드)러시를 이뤘던 것이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토지가 부족하고 오를만큼 올랐으므로 이제는 특정 재건축아파트가 번쩍번쩍 금빛이 나는 투자(투기)대상으로 떠올라서 20평내외의 아파트도 평당 가격이 4∼5천만원을 호가하게 됐고, 지역적으로는 서울의 강남이 미국의 그 옛날 서부같은 존재로 여겨져 너도나도 진출(Rush)하고픈 이상형이 됐던 것이다.

생활여건이 우수하고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이 우선순위 1위로 삼는 교육여건이 탁월하다고 하여, 그 곳에 가고 싶고 쾌적한 아파트 한채쯤 갖고 싶은 것을 탓할 수 없으나 국세청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근래 5년 동안 강남의 몇개 단지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60%가까운 정도가 3주택이상 보유자라고 하니 단순한 진출(Rush)이 아니라 지나친 오버런(Over-Run, 투기)이라고 할 것이다.

드디어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도입(2005년)하기로 하고 금년에는 3·30 특별조치로 과세를 강화해 바야흐로 올 하반기의 소위 세금폭탄이 이런 지나친 골드러시를 태클(Tackle·방어)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 한편 교육열이 대단한 우리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일찍부터 조기유학을 보내서 서울에만 2005년도 학기에 초·중·고교생 수가 7천명을 넘어서 2004학년도의 6천여명에 비해 15%가 늘었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20명 정도의 해외유학생들이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떠나는 이른바 교육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어서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연수·유학비로 나간 돈이 2002년 14억970만달러(1조7천억원)에서 작년에 24억7천만달러(2조5천억원)로 34.3% 증가했는데, 이는 잘 나가던 현대자동차가 작년 한해동안 자동차 210만대를 팔아남긴 이익(세전)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는 돈을 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돈(Gold)을 쓰러 나가는(Rush) 행렬이니, 크게 늘고 있는 우리 관광객의 해외러시와 함께 상당한 무역외 적자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도 근래 달러 환율이 1천원대 밑으로 가고 있어서, 우리 정부는 원화의 지나친 절상을 방지하고 원화의 국제적 위치를 확립하기 위해서 그리고 국내의 지나친 부동산 열기를 진정시키는 방편으로 해외부동산 투자를 광범위하게 개방하기로 했다.

그동안 주거 용도가 아니면 해외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없었던 개인과 일반 기업들이 지난 5월(22일)부터는 100만달러 한도내에서 투자목적으로 외국의 땅이나 주택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예전에 백만장자라고도 했고, 100만달러이면 까마득한 거금이었던 것이 이제 우리 돈으로 10억이하의 강남지역 웬만한 아파트 값이 된 것이다.

더구나 100만명을 넘는 재미교포, 이와 별도로 10만명에 이르는 재미유학생의 존재와 더불어 미국 전역의 주택에 거주 또는 투자할 실익이 커진 것이며, 태국 등 동남아시아,호주 등지에도 투자 메리트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세계적으로 실감나는 골드러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도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는 경계경보가 발령돼 있다.

또 어느 정도의 자금출처 및 송금절차 등으로 어느 정도의 통제는 가능하겠지만 증여·상속세 외 탈루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1849년의 골드러시는 일확천금의 욕망과 함께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미국이 자랑하는 Frontierism으로 승화됐다지만, 우리 주변의 러시들은 그 동기가 순수치 못한 점도 있어서 그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들이 적지 않을 것이니 적절한 속도의 유지가 필요할 것이다.

골드러시의 축소판으로 미국인이 좋아하는 스포츠, 미식축구의 영웅인 우리 교민 하인즈 워드가 다시 고국을 다녀가면서 100만달러를 괘척했다는 최근 뉴스가 새삼스레 신선하게 느껴진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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