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중앙일보는 우리의 재정규모가 정부발표대로 GDP의 28% 수준이 아니라 38% 수준으로 일본이나 미국보다 훨씬 크므로 작은 정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획예산처에서 재정개혁의 일환으로 프로그램예산을 도입하고 발생주의 회계의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한 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의 작업에 기초한다. 동 기획단은 불명확한 공공부문의 범위를 명료하게 설정하기 위해 공공부문 분류위원회를 설치, 수차례 논의한 결과 회계단위(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로 정부의 재정규모를 파악할 것이 아니라 기관단위로 파악하도록 했다. 동 위원회가 공공부문 중 공기업으로 분류한 61개 기관을 중앙일보가 산하기관으로 재분류해 재정규모를 달리 산정해 발표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중앙일보의 계산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IMF의 국제통계기준이며 정부가 이야기하는 시장성 기준이라는 것을 회계자료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당해기관의 파산시 최종적인 책임이 정부에 있는가, 그리고 정책적 성향이 강한 공공성이 높은가 하는 두가지 기준으로 이들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은 정부의 묵시적 지원을 받게 되므로 이를 일반정부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산하기관(정부)과 공기업을 분류하는 국제기준은 시장성 기준이라며 GFS 국제기준이 기관분류의 원칙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공식을 제시하지 않아 판단의 문제가 개입되지만 분명한 것은 그 판단이 반드시 '해당 기관이 판매하는 산출물 가격이 경제적으로 의미를 가지는지?를 따지는 시장성의 개념'에 근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향후 정부범위설정과 통계생산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성과 중심의 국가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는데 있어 재정범위의 명료한 설정과 투명한 운용제도는 매우 중요하다. 국가경영에서의 정부와 민간의 적정한 역할분담과 민영화·자율화는 재정운용에 대해서도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참여정부에 들어와 재정운용적 측면에서 민영화, 자율화가 강조되고 또 시민단체의 참여를 통한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재정관리시스템의 개혁 측면에서 볼 때 '공공부문과 재정범위의 설정' '국가재정운용계획' '총액배분 자율편성' '범정부적 정부회계 개편' 등은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민간 중심의 자율화와 정부 기능의 적절한 조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재정적 측면에서 총량적 재정규율을 확립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국가재정 운용계획과 '총액배분 자율편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보다 상위적인 수단으로서 재정규율을 확립하고 분야별 재정배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틀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재정의 운영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자율은 자기책임의 원칙이 준수될 때 그 효과가 발휘될 수 있으므로 자율과 책임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자율적인 판단으로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는 사회구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2만달러를 넘어서 3만달러 국민소득의 선진경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기업 그리고 민간의 적절한 역할수행 및 투명한 관리가 긴요하다. 정부재정규모에 대한 이번 논란이 일회성 여론 환기에 그치지 말고 우리나라에 적합한 정부재정규모 및 분류방법을 모색하는 심층담론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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