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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시론]부적절한 관계들

김종상(金鍾相)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부적절한 관계'하면 금방 미국의 전임 클린턴 대통령이 연상된다.
미국 경제를 회생시키고 한참 인기를 날리던 젊고 잘생긴 대통령이 두번째 임기 중('98년)에 르윈스키(Lewinsky)라는 여성과의 스캔들이 큰 문제가 돼 세계에 대통령이라 할 큰 자리가 흔들흔들 위태로운 지경에 몰렸을 때, 그가 미국 국민에게 한 최종 연설에서 '나는 르윈스키와 적절치 못한 관계를 가졌다.(I did have a relationship with Ms. Lewinsky that was not appropriate)'라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죄했던 것이다. 이 연설에서 적절치 못한 → 부적절한(not appropriate → inappropriate)이라는 표현을 선택하기까지 얼마나 고뇌했으리라 상상을 할 수 있는데, 이 묘한 말속에 그동안의 사연들을 다 묻어버리고 그 위기를 벗어났던 것이다.

이때로부터 전 세계에 '부적절한'이라는 용어가 크게 유행을 했는데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등장했던 것이다.

먼저 국무총리가 부적절한 시간에 부적절한 사람들과 부적절한 모양으로 골프를 했다는 것이 문제가 돼 TV·방송 등에 요란하게 보도되더니 결국 불명에 퇴진했던 것이며, 곧 이어서 서울시장이 다시 부적절한 상황에서 테니스를 했다는 것이며 그리고 김재록이라는 로비스트가 여러 유명 인사와 부적절한 만남 그리고 관계들이 시리즈를 이어 갔으니 부적절한 골프요, 부적절한 테니스, 부적절한 관계들이었다.

이런 일들이 보통 평범함 사람들에게 발생됐으면 그 집안에서 부부싸움을 된통하고 자기들끼리 해결될 일이며, 또 그런 골프나 테니스 접대 등이 보통사람들에는 쉽게 생기지 않으며 그렇더라도 그렇게 흉이 되지 않을 일이다.

이런 사건들이 만인의 주목을 받는 빛나는 자리에 있는 공직자들에게 일어난 일이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높은 도덕적 기준이 요구되기 때문이지만 보통사람들에게도 부적절한 일들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대표적으로는 자주 등장하는 것이 부동산 투기문제이다.

자신들은 미래를 위해 또는 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라고 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부적절한 투자로 몰려서 곧 투기라고 분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투자와 투기의 기준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어서 농담으로 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하면 투기이고, 남이 부러워할 정도로 값이 많이 뛰면(오르면) 투기라고 부르는 성향이 있다.

작년에는 전국의 땅값이 들썩였는데 아파트 등이 작년에 이어 금년까지 투기대상이 되고 있다고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얼마전(3월30일)에도 재건축 규제와 서울의 강남·강북을 구분해 여러가지 고강도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아예 정부가 큰 가이드 라인만 세우고 나머지는 시장원리에 맡겨두는 것, 즉 No-touch 정책이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대의견들도 만만치 않았으나, 현재의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편리한 지역에 편리하고 좋은 아파트를 가지고 싶고, 미래를 대비해 자신의 재산관리를 더 잘하고 싶다는 희망과 욕심을 부적절하다고만 할 수 있을 것인가, 논의가 분분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등의 공시지가가가 현실화돼 재산세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으며 또 다른 보유세의 일환으로 종합부동산세라는 국세까지 새로 등장했으니, 최근에는 아무(부적절한)일도 하지 않은 선량한 국민들까지 만만찮을 부담을 주게 된 것이다. 옥석을 가리기 어렵더라도 세무조사나 세부담 등에서 구분돼 관리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또 '부적절'이 등장하는 것은 세금과 관련해서 절세(節稅)와 탈세(脫稅)와의 구분이다.

요즈음은 상속·증여세를 제외한 대부분의 세금들이 신고 납부세제이므로 안 걸리거나(세무조사) 안 들키면(적발) 절세이고, 걸리거나 들키면 탈세라고 하기도 했는데, 결국 지나쳐서 부적절한 절세가 탈세라고 할 수 있겠다.

세법령의 정해진 한도 내에서 이뤄져서 합리적인 해석과 증빙이 되받침되면 절세이고 그 한도를 넘어 터무니없고 적정하지 않은 경우가 탈세일것이다.

우리 일상에도 속도위반 등 고통법규와 크고 작은 법령 규칙 등을 예사로 어기고 있으면서 들키면 '남들도 다 그랬는데 나만 재수없게…'하고 억울해 하는 경우가 흔히있다.

말하자면 가치기준이 흔들리고 사회윤리적 가치판단이 애매해져 부적절한 관계 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그래서 높으신 분들도 무엇이 부적절한 골프·테니스였는지, 정치적 의도에서 여론재판이 아닌지, 억울하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이다.  한편 솔직하고 정직함을 덕목으로 하는 미국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부적절한 관계로 인정함으로써 다른 요인도 있었겠지만 결국 국민들의 용서를 받아낸 것이다.

여러 분야 구석구석에서 부적절한 일들이 점차로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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