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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8. (수)

[시론]공기업 민영화 논의 새 불을 지피자

박정수(朴釘洙)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국민의 정부까지 활발하게 추진돼 오던 공기업 민영화 논의가 참여정부 들어서는 주춤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공기업의  민영화를 고려하고는 있지만 KT&G가 해외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대상이 되면서 민영화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공기업을 흡수할 만한 국내 자본도 그리 많지 않은 데다 당장의 제도적 여건은 외자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무력한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포스코, KT, 국민은행, KT&G 등에서 실제 민영화의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향후 공기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민영화 논의가 다시금 그 우선순위를 높여가야 한다.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오랜기간 경험과 실증분석을 통해 더이상 논의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비중이 큰 경제일수록 그 경제의 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제의 생산성 저하로 인해 장기적인 경제불황을 겪고 있는 바 국민총생산의 절반을 점하는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을 통해 국가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공공부문 중 정부에 의해 생산활동이 영위되는 공기업과 산하기관의 상당부분이 에너지, 통신, 사회기반시설 등과 같이 민간경제활동의 기반이 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공기업 부문의 축소조정 및 산업구조 개편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국가경쟁력 회복에 매우 중요한 전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공기업은 이윤극대화 이외의 비경제적인 공익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설립돼 있다. 개념과 정의가 불명확한 공익성의 추구로 인해 경영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곤란하게 되고 성과에 대한 고려보다는 공익명분아래 정치적 고려와 대정부관계에 의해 경영의사결정이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관료조직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조직은 기본적으로 성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조직운영원리에 기초한다. 형평성의 유지와 책임의 분산, 업무처리절차의 중시, 권한남용과 부패방지, 이를 위한 견제와 감시 등으로 조직구성원에 의한 창의와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억제되기 쉽다. 공기업의 경영진은 전문성을 지닌 전문경영인보다는 대부분 전직관료나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인사 중에서 임명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정치적 역할수행에는 비교우위가 있으나 경영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위한 전문적 경영기법과는 거리가 있다.

공기업은 국가의 소유라는 점 때문에 아무리 적자가 누적되더라도 사실상 도산의 위험이 없다. 그 결과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절약해야 할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경영의사결정과정에서 이윤극대화와 비용감소에 대한 고려 이외의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면 불가피하게 기업의 수익성과 비용구조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이 입시선정에 있어서 지역안배를 고려해야 한다든지 사업성이 떨어지는 분야에서 계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하게 되고 이러한 경우 정부의 규제나 사회적 영향력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의 경영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이 정치적 영향과 고려로부터 독립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장경쟁의 도입이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경영효율성 향상에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경쟁이 불가능한 자연독점적 시장에서는 민영화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고 소유구조의 집중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라도 투명하고 공정한 이윤율의 규제를 통해 민간주체로도 얼마든지 사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소유구조도 과점경쟁체제의 컨소시움 형태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민영화에 지지부진한 작금의 공기업정책은 차선이 아니라 국가생산성 향상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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