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있는 곳에는 격차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격차는 매우 건강한 것이며 전체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된다. 시장경제체제는 바로 이러한 자연의 원리에 바탕을 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부패한 사회주의 체제에는 더 비참하고 불의한 양극화가 있는 것을 본다.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시장경쟁이 마치 제로섬게임인 것처럼 오해하는 데서 온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두가지 중요한 특성을 갖는다. 그 하나는 이것이 매우 강한 플러스섬게임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경쟁이 없는 사회는 현상유지조차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시장경쟁이 얼마나 중요한 발전의 요소인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축구나 야구·골프·빙상 등 주요 분야에서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배출돼 국민들을 신나게 하고 있다. 이 스타들의 기량이 커질수록 각 분야에서 보통의 선수들과 이들간의 격차는 더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도 경쟁의 광역화에 따른 일종의 양극화이지만 국민들을 불행하게 하기는커녕 모두 행복해한다.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스타 과학자, 스타 경영인, 스타 기업 등이 시장경제에 의한 양극화의 결과이다. 이들이 엄청난 연봉을 받거나 엄청난 이익을 내거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는 것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지지만 이들 때문에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더 잘 살게 되고 더 자랑스럽게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시장경쟁이 승자와 패자를 가르기보다는 비교우위를 따른 자원의 배치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일등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등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어디인가를 찾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양극화를 이야기하면 이처럼 잘 나가는 부분을 잘라서 뒤쳐진 부분에 붙이든지 아니면 잘나가는 부분이 잘 나가지 못하게 하는 대안들이 떠오르게 된다. 아무리 부인해도 양극화 해소 논리의 본질이 이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양극화가 아니라 즉 격차나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빈곤계층의 생활수준 문제이다. 이들에게 어떻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것인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빠른 성장이 격차를 다소 확대시켰는지는 모르지만(실제로 지니계수는 산업화이전에 비해 개선됐고 절대수준도 국제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빈곤문제는 크게 개선돼 왔다. 빈곤문제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안전의 문제이다. 누구라도 사고나 질병, 사업 실패, 실직 등으로 빈곤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계층에 대한 보호는 바로 사회를 안전하게 하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요컨대 지금의 사회경제문제를 해소하는 정책은 세후소득의 균등화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성장을 촉진하면서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는 제도 개선(예를 들면 연금이나 건강보험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잘나가는 사람들이나 기업들은 더 잘나가게 격려하고 이러한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국내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러한 기업이나 사람들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국내에 더 많이 생기고 이것은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약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잘 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재정도 더 풍성해지고 이른바 '양극화 해소'재원도 더 많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양극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계층간의 갈등과 적대의식이 과장돼 사회통합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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