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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시론]죄악세가 필요한 이유

성명재(成明宰)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담배와 술에는 상당히 높은 세금과 준조세 성격의 각종 부담금 등이 부과되고 있다. 세금의 제1목적이 정부의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재원 마련에 있다는 점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주세와 담배소비세의 재정기여도는 상당히 높다.

2006년 현재 담배에는 20개비 1갑당 641원의 담배소비세와, 담배소비세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방교육세 320.5원,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 연초경작농민안정기금 15원, 폐기물부담금 7원의 개별소비세와 각종 부담금·기금이 부과되고 있다. 이들을 합산하면 1갑당 1천337.5원에 이른다. 그밖에 일반소비세로서 판매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가 과세되고 있다. 소비자가격이 2천500원인 담배제품을 기준으로 하면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한 제세공과금은 1천564.77원에 이른다.

주류의 경우에는 탁주·약주 5%, 과실주 30%, 소주·위스키 등 증류주는 72%, 맥주는 80%의 주세와 주세액의 10∼30%에 해당하는 교육세가 부과되고 있다.

승용자동차에 부과되는 소비세(특별소비세:5∼10%, 교육세:특별소비세액의 30%, 부가가치세: 10%)와 비교해볼 때 주세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담배의 경우 수량기준에 의한 종량세로 과세되기 때문에 가격기준에 의한 여타의 소비세와 직접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담배에 부과되는 제세부담 비중이 62.6%(소비자가격이 2천500원 담배제품 기준)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담배의 제세부담율 역시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담배와 술에 부과되는 제세부담율이 매우 높은 것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특수한 현상인가, 아니면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일반적인 현상인가? 왜 이렇게 세율수준이 높은 것일까? 높은 세율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일견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질문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담배와 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조차 매우 높은 세율의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세율수준이 높은 기본적인 이유는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풀이한다면, 담배와 술은 소비시에 바람직하지 않은 외부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제품을 소비하는데 소요되는 직접적인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 감축을 위해 소비억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선진국에서도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춰 술과 담배에 대해 대체로 고율로 과세하고 있다.

위에서 논한 사회적 비용이란 지나친 흡연이나 음주에 따른 건강 악화와 음주운전 사고 등에 따른 치료비용 증가, 인력손실, 생산성 약화 등을 일컫는다. 담배와 술이 기호품으로서 흡연시 또는 음주시에 긴장 이완, 안도감 등과 같은 효용도 제공해주지만 습관성 중독 등으로 인해 초래되는 폐해도 만만치 않다.

담배와 술에 부과되는 담배소비세와 주세같은 소비세를 흔히 죄악세(sin tax)라고 한다. '죄악'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흡연이나 음주에 따른 폐해에 대해 징벌적 차원에서 세금을 부과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소비의 외부성을 줄이자는 데 기본취지가 있다. 소비의 외부성 감축을 목표로 한 징벌적 조세라 함은, 세금의 부과가 단순히 재정수입 확보 차원을 뛰어넘어, 보다 적극적 의미에서 기능할 것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담배와 술에 대해서는 마약과 같이 소비행위 자체를 불법화해 금지시키지는 않지만 고세율로 과세함으로써 담배와 술의 소비억제를 도모한다고 할 수 있다.

담배와 술은 습관적인 소비수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가격탄력성이 낮다.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의 감축효과는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담배와 술을 소비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폐해는 누적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소비감소율보다 폐해의 감축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연령적으로는 미성년자들의 경우 경제력이 낮기 때문에 가격탄력성이 크고, 가격이 오를 때 다른 연령층에 비해 소비감소 효과가 크다. 그러므로 전체적으로 소비억제효과가 작더라도 저연령층에서의 소비억제는 상당히 크다.

담배와 술로 인한 폐해는 중·장년층보다는 청소년층에서 더 크다. 왜냐하면 청소년층의 잔존생존기간이 훨씬 더 길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분히 감성적이고 분별력이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기에 담배와 술에 쉽게 노출된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성인이 되었을 때의 흡연율과 음주율이 훨씬 더 높다.

법으로 흡연과 음주를 금할 수 없는 상황하에서는 죄악세적인 차원에서의 조세정책을 통해 소비억제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요 타겟은 우리들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층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담배와 술에 대한 소비세는 죄악세로서 기능할 필요가 크다고 하겠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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