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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시론]국세청의 품질관리

김종상(金鍾相)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품질관리(品質管理, Q.C:Quality Control의 약자)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사기업에서 경영관리의 주된 영역이며 상당히 오래전부터 유행(?)하던 구호였으니 지금은 당연한 기업의 속성이 되고 있다.

그런데 국세청에서 새 청장이 부임하면서 열린 세정을 표방하고 품질관리를 제시했는데, 무슨 내용일까 하고 갸우뚱했었던 것이다.

국가기관 등 특히 국가 세입의 징수를 임무로 하는 국세청이 무슨 제품(품질)이 있으며, 어떻게 관리한다는 것인가 했던 것이다.

얼마전에 열린 세정 제3차 회의에 필자도 다른 직능단체 대표들과 함께 참석했는데 그동안(2005년)의 세정혁신 성과 등을 소개하면서 그 첫번째로 부실과세 방지체계 확립으로 과세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국세청의 품질관리였던 것이다.

국세청의 제품(품질)은 크게 두가지로, 첫번째는 세금에 관한 홍보·지도·민원서류 발급 등의 납세서비스와 둘째는 세무조사 등의 결과를 세금납부 안내(부과) 통지서, 흔히 고지서(告知書)라고 하는 반갑지 않은 우편물을 보내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자(前者)의 서비스의 품질은 그동안 세무서 등의 밝고, 편리한 납세서비스센터의 마련과 자연스런 미소로 무장한 친절한 세무공무원의 자세 그리고 홈택스서비스 등 IT시스템을 통한 신속·정확한 처리 등으로 더 말할 나위 없는 QC가 이뤄져 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세무관서와 세무공무원은 이렇게 봉사하는 서비스 외에 그 본연의 임무로서 근엄하게 각종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추가로 세금 부담을 결정해 통지하고 이를 징수하는 과정에서도 품질관리를 신중하고 완벽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세금의 부과결정 통지를 비유하자면 제품을 포장·출고하는 것인데 그 이전에 완벽한 제품검사로서, 우선 세법령 해석을 전담하는 법규과를 신설해 조사·자료처리 과정에서 직원들의 법령해석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는 과세기준 자문제도를 시행하고 지방청별로 '과세쟁점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사실 판단상의 문제점(납세자가 제기하는)에 대해 토의·답변하는 과세쟁점자문제도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법령 및 사실관계 자문을 통해 4분의 1에 가까운 사례를 과세불가 또는 납세자 의견 채택권고, 그러니까 제품 불량판정으로 제품 출고금지 또는 용량을 축소했다고 한다.

또 이와 같은 철저한 검사를 거친 제품(과세)에 대한 불량주장(Claim·의의신청 등 불복청구)이 인정(인용)된 사례를 분석해 원인에 따라 그에 관련된 조사직원 등의 문책(2005년 6월간 14건)과 제도의 개선(같은 기간에 30건 등)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일반 기업들이 완벽한 제품검사시설을 두고 있으며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Zero Defect' 또 6시그마운동 등과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되는 것인데, 필자가 "이렇게 잘하면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이 할 일이 없겠다" 했더니 회의 석상에 작은 웃음이 뒤따랐다.

아닌게 아니라 매년 증가하던 불복청구가 작년에는 전년 대비 10%이상 감소했고, 잘못됐다고 하는 인용(패소)률도 전년 대비 6%정도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성과가 가시화되고 참 좋아지고 있구나 싶지만 한편 일선 현장, 조사현장에서 부딪치는 소위 체감(體感)온도, 즉 분위기는 많이 다르고 "아직도…" 하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조사실적을 관서별·조사팀별로 평가(심사분석 등)해오던 것을 이제는 폐지했다고 하지만, 납세자와 조사공무원간의 조사실적에 대한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정말 성실하게 신고했는데…", "조사 실적이 적다고…", "잘했으면 오히려 표창을…" 등등이다. 하루 빨리 국세청의 품질관리 세정혁신 방향과 현장 접점(接點)에서의 분위기가 같아져 가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열린세정 협의회와 그리고 곧 이어 열린 전국 관서장회의에서 이제 볼혹(不惑)의 40세(年)를 맞이하는 국세청의 미션(Mission)·비전(Vision) 그리고 전략(Strategy)이 제시됐다.

미션(사명)하면 남미의 어떤 신부님을 주연으로 한 영화가 연상되듯 종교적인 분위기까지 있는데 국세청의 사명은 "세법을 공정·투명하게·국민의 성실한 납세의무 이행 지원·국세수입을 원활하게 확보·국민경제 발전에 기여"라고 선언됐다.

이 선언과 비전에 따라 우리의 국세행정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기를 기원하는 마음이고 이 속에 국세청의 품질관리(QC) 정신이 녹아있구나 싶었다.

※본면의 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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