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런 주장에 다시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와 달리 병역의무제도가 있다. 이것은 조용조의 용(庸) 또는 중세시대의 corvee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세부담에 포함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그 가치를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개략적으로 계산해도 조세부담률을 3∼4%P 정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얼마전 신문에서 보니까 사교육비 부담도 조세부담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한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공교육서비스의 질이나 배분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초등 및 중등교육과정에서 사교육비의 부담이 크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 차액을 조세부담에 반영시켜야 된다는 주장인데 일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 소득수준의 차이도 조세부담률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진국들과 바로 비교하는 것이 무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러한 논쟁은 한참 더 계속될 수 있다. 요컨대 재정운용의 장기적인 방향이나 전략의 선택이 이러한 불확실한 통계지표의 단순한 국제비교에 의해서 정당화되거나 부정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세부담률의 다른 측면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첫째로 보이지 않은 조세부담률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제학원론에서 이야기하는 이른바 초과부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금액을 거둬도 조세제도가 불합리하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심화시킨다면 실제로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부담은 정부가 거둬들이는 돈 보다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을 극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강조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도의 복잡성과 불합리성 때문에 납세비가 많이 드는 것도 똑같은 문제를 야기한다. 단순하고 효율적인 조세제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은 소위 체감 조세부담률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세금을 내면서 납세자들이 느끼는 기분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금을 내는 것이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면 통계상의 조세부담률이 상당히 높아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담률은 높지 않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이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특히 수평적 공평의 문제와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납세자들을 대우해 주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죄인 취급을 받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금으로 거둔 돈을 쓰는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알뜰하게, 효율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돈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면 세금을 내면서 국민들은 보람을 느낄 것이다.
우리나라와 선진국들간의 조세부담률의 통계적 차이는 대부분 위의 두가지 요소로 설명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러가지 재정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정부 규모를 키우면서 그것을 위해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전에 조세제도의 왜곡을 바로잡고 또한 돈을 잘 쓰고 있다는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과세권은 국가의 다른 모든 권력과 같이 납세자들의 동의에 의해서 부여된 것이라는 점을 다시 마음에 새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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