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회원국의 조세개혁 동향을 보면 80년대 중엽부터 대대적인 조세개혁이 진행됐다. 주요 개혁목표는 경쟁적인 재정환경 조성을 통한 투자의 촉진, 경제주체들의 위험 감수(risk taking) 정신 및 기업가 정신 고취, 노동의욕 제고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하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이 인하됐으며, 누진도가 완화되고, 세수입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됐다. 최고세율은 지속적으로 인하됐다. 2000년이후에만도 17개 국가에서 세율이 하락했으며 최고세율이 상승한 국가는 1개 국가에 불과했다. 특히 자본소득세의 세부담 인하가 두드러졌다. 배당에 대한 최고 한계세율이 2000년 평균 49.9%에서 2005년 44.6%로 5.3%P 낮아졌고, 개별 국가별로 보면 21개 국가에서 세율이 인하되고 4개 국가에서 인상됐다.
물론 아직도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종합소득세를 표방하고 있다. 종합소득세는 모든 소득을 동일하게 취급하므로 수평적 형평성 원칙에 부합하며, 소득재분배의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종합소득이라는 개념을 행정에 적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행정상 종합소득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득분배기능에도 문제가 있다. 소득의 변화가 큰 납세자가 불리하며,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이 노동보다 국제적 이동성이 크므로 자본에 대해 고세율 과세시 세원의 이탈이 우려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비교적 빨리 인식한 국가들은 스웨덴 등 높은 수준의 누진세율체계를 적용했던 북유럽의 국가들이며, 이들 국가들이 먼저 개혁을 해 90년대초에 이원적 소득세제를 도입했다. 이원적 소득세제는 자본소득에 대해 낮은 단일세율을 적용해 과세하는 것으로 모든 자본소득을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관점에서 자본소득간 수평적 형평성을 보장하나 노동소득과 자본소득간 수평적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소위 복지국가라고 알려진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가 이에 속하며, 네덜란드에서도 2000년대 들어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다.
다른 국가들도 대부분 순수한 종합소득세제에서 이탈해 이원적 소득세제의 요소가 가미된 준종합소득세제 또는 준이원적 소득세제로 이동했다. 대체로 소득의 종류에 따라 다른 명목세율이 적용되는데, 통상 특정한 형태의 자본소득에 대해 낮은 세율체계가 적용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단일세율이 적용되기도 한다. 주로 노동소득을 의미하는 다른 소득에 대해서는 세율이 높고, 누진세 체계가 적용된다. 소득종류별 최고세율만으로 OECD 회원국의 소득세체계를 비교해 보면 30개 회원국 중 15개 국가의 소득세제는 준이원적 소득세제, 10개 국가의 소득세제는 준종합소득세제로 분류되고, 5개 국가의 개인소득세제는 단일세율체계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90년대 중엽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표방하고,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양한 예외조항을 통해 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장기적 세제개혁 논쟁에 있어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향후 세제개편 또는 개편 내용의 평가에서 '종합소득세'라는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실익이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일부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명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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