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라는 용어가 최초로 법률적 개념으로서 나타난 것은 '67년11월27일에 제정된 '부동산투기억제에관한특별조치세법'이다. 이 법률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부동산 투기를 제한 또는 금지하려는 의지를 법률로 정하되, 이를 직접 강제하지는 아니하고 조세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해 투기 억제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6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투기는 우리 경제·사회의 큰 쟁점으로 부각돼 온 것이다. 이 때에는 부동산 투기의 주역이 토지이므로 토지만을 부과대상으로 하되, 세율은 양도차익의 50%라는 높은 단일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조제징수보다는 투기억제에 그 목적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의 억제 수단으로 조세를 활용하는 것은 조세의 중립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자유경제 또는 사경제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론이 있는 가운데 '75년1월1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소득세법을 제정하면서 부동산투기억제에관한특별조치세법을 폐지하고 그 내용을 소득세법에 흡수해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목적과는 관계없이 부동산 양도에서 발생하는 소득도 다른 소득과 같이 소득세로서 부과되는 과세체계를 수립함으로써 법의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부동산투기억제에관한특별조치세법이 지니고 있던 문제점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75년이후에는 세법상으로는 부동산 투기가 억제돼야 한다든지, 범죄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리하여 새로운 논쟁이 된 것은 부동산을 사고 파는 것은 부동산 투자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러면 투기는 무엇이고 투자는 무엇이냐? 그 개념의 한계는 어떻게 설정돼야 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법률이 명쾌히 개념을 정하는 것은 없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개념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동산 거래가 한산해지면 정부는 경기침체를 우려해 부동산 거래를 촉진하는 정책을 내놓는다. 부동산에 관한 조세의 감면이 바로 그러한 조치이다. 부동산 경제에 밝은 사람들은 이 때에 많이 샀다가 팔아서 세금없는 부동산 장사를 잘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투자를 하는 사람들인가를 묻고 싶다.
그런데 언론이나 여론은 부동산을 거래하는 사람들을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평가하거나 범죄인처럼 취급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뿌리를 뽑겠다든지, 투기자를 몇사람 잡아냈다든지 하고 실적을 발표하는 사례가 바로 그러한 생각의 결과이다.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잘못이 두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매매과정에서 치르는 절차를 거짓으로 이행하거나 편법을 쓰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농지를 매매하면서 거주자로 꾸미는 경우 등이다. 또 하나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들은 당해 절차법의 위반이나 조세법의 위반일 뿐이므로 해당 법률에 의한 조치를 하거나 제재를 가하면 되는 것이지 부동산을 매매하는 행위 그 자체가 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세금을 안 냈으면 세금을 추징하는 것으로서 세법은 그 기능을 다한 것이며, 세법이 또는 국세청장이 투기를 억제하는 일까지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좋은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필자도 부동산은 손을 대지 않는다. 따라서 두채의 주택을 소유해 본 일도 없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를 못하게 하려면 또는 이를 비난하거나 처벌하려 하면 법적으로 투기의 개념을 정리하고 합법적인 제도로서 이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만 투기 억제의 근거와 설득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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