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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6. (목)

[時論]우리집을 내놓거라 한다(?)

김진성(金鎭聖) 구미1대학 교수


옛날 한 작은 고을이 있었는데, 이 마을은 커다란 난제를 하나 안고 있었다. 그 촌락으로 드나드는 통로가 험한 절벽으로 이어진 비좁고 구불구불한 길이라서 오가는 이들이 잇달아 벼랑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기 때문이었다. 찬거리 장수가 낙상을 할라치면 형편이 심각해졌고 집배원이 발을 헛디뎌 우편낭을 잃은 경우에도 큰 문제가 생겼다. 이윽고 배달부가 아이들에게 먹일 우유를 엎질러 버리는 사건이 일어나자 마침내 부락의 장로들이 모여 계책을 짜내기로 작정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온 동리가 황폐하게 될 것이 뻔하므로 무슨 수든지간에 손을 쓰지 않으면 안될 터였다. 원로들이 머리를 맞대고 왈가왈부 밤낮으로 토론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얻은 결론, 그것은 절벽 밑에다 병원을 짓기로 한 일이었다.

근간에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주택의 수급 불균형과 시장불안이 가중되자 정부는 급기야 10·29 주택시장안정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IMF 구제금융시절에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시책을 강구하느라, 근년에 접어들어서는 투기 수요억제 방책을 세우느라 세금 관련 법조문을 자주 손질하다 보니 조세특례제한법이 누더기가 되면서 깁고 덧붙인 만큼 복잡다단해졌다.

아무튼 향후 시장 추이에 따른 추가대책 가운데는 1세대1주택의 양도행위에 대한 과세방안이 들어있는 모양인데,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명제를 내세워 일찍이 정부 일각에서 흘리고 일부 대학교수나 시민단체에서 곁들던 화두였다.

당초 부동산 양도소득의 과세체계에 있어서 1세대1주택의 비과세 조치는 국민의 주거 복지차원에서 도입된 특례제도인 바 이를 뒤엎으려는 엄두를 낸 처사가 도무지 납득이 안간다.

가령 어느 봉급쟁이 부부가 단칸살림부터 출발해 그야말로 덜 먹고 덜 쓰며 억척스레 목돈을 모아 셋방살이 설움을 씻고 드디어 꿈꿔오던 '내집'을 마련했다고 치자. 천신만고끝에 보금자리를 틀었는데 중개사와 법무사에게 치를 수수료와 이사비용 따위는 차지하더라도 생각지도 않은 세금을 얼마나 물어야 하는가.

우선 명의이전 과정에서 취득세(농·어촌특별세가 덧붙음)와 등록세(지방교육세가 덧붙음) 및 인지세를 내고, 소유하는 동안 해마다 재산세(도시계획세·공동시설세·지방교육세가 덧붙음)와 종합토지세(도시계획세·지방교육세와 세액 크기에 따라 농특세가 덧붙음)를 낸다. 그러다가 행여 거저 물려주거나 처분에 앞서 죽음에 이르면 증여세나 상속세의 대상 물건이 되는 판에 게다가 부득이한 사정(외지로 전근·전직을 하게 된 처지나, 자녀의 취학·유학으로 말미암아, 질병의 치료·요양을 위해, 가족의 혼인·분가로 불가피한 입장 등등)으로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다니 참으로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무릇 사람의 입을 것·먹을 것·잠잘 곳 3대 기본욕구를 과세객체로 삼는 짓은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특히 1세대1주택의 경우에는 더 일컬을 나위 없다. 설사 재정수요를 채우자니 1주택에 딱히 과세할 수밖에 없다면 소유권등기 단계에서 한번만 매기고 말아야 합당하다. 따라서 현행 세법이 1주택의 실지거래가액이 6억원을 넘는 경우 이를 고가주택이라 해 과세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고가주택이라는 것이 대개는 처음 마련할 적부터(소위 부모를 잘 둔 덕분으로 혹은 운수소관으로) 아니면 이주를 거듭하면서(그때마다 매매차익을 비축해 또는 부지런히 벌어 저축한 모갯돈을 보태어) 거주 환경이 좋은 동네, 자식교육 여건이 보다 나은 단지에다 구입한 결과 너나없이 그 지역을 선호하는 바람에 집값이 치솟으면서 절로 그리 되는 현상인데, 이는 그 세대원의 포부요, 능력이요, 자본주의 나라에서 당당히 누려야 할 프리미엄이자 사회적 지위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1주택에까지 취득 및 보유단계에서 중과하고 매도단계에서 또 과세함은 집을 줄여가거나, 조건이 열악한 지대로 옮겨가거나, 도로 셋방으로 나앉으라는 법규 명령과 진배없으렸다.

자기가 정조처럼 지키는 소중한 것, 목숨같이 아끼는 것을 앗아가려고 내놓아라 한다면 누군들 선선히 내주겠는가. 하나뿐인 주택도 매한가지여서 조세저항이 일어날 소지가 보인다.

그리하여 혹자는 1주택의 비과세제도를 과세로 전환하되 소득공제를 통해 감세하거나 낮은 세율로 경세하는 방법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과세는 과세요, 세금은 세금이니만치 과세 안함만 못한 이치는 불변이다. 또한 걸핏하면 외국의 선례가 어떻다느니, 선진국의 입법례가 그렇다느니 들먹이며 여론을 호도하려는 위인들이 나서는데, 우리나라에는 본보기 규범을 갖지 말라는 국제법이라도 있단 말인가.

어떤 주인이 하인더러 시장에 가서 맛 좋은 먹거리를 사오라고 시켰다. 그가 혀를 사왔다. 며칠 지나 이번에는 값싼 식품을 사오도록 일렀다. 그가 또 혀를 가져왔다. 주인이 어찌된 영문인지 하인한테 따져묻자 그가 대꾸하기를 "혀가 좋으면 그보다 맛나는 것이 없고, 나쁘면 그보다 헐한 것도 없습니다"라고 조아렸다.

요컨대 세제를 맡아 다루는 자리에 있다면, 세법을 연구하는 학자라고 한다면, 세정을 감시하는 사회집단의 간부쯤 된다면 즉흥적으로 시류에 영합하는 언사는 삼가야 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그런즉 1세대1주택에 과세하겠다는 발상은 낭떠러지 아래에다 병원을 세우려는 어리석은 소치요, 이를 드러내 놓고 떠드는 형태는 싸구려 혀를 가진 탓이리라.

※본란의 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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