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紙상임논설위원>
jkkim@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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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징계권을 놓고 세무사회와 국세청이 벌인 제1라운드 파워게임이 일단 막을 내렸다. 국세청은 준공인(準公人)인 세무사의 직업윤리관과 더불어 자정(自淨)노력이 절실하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징계권을 행정력으로 묶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 세무사업계의 반대 목소리이다. 과세권자는 물론 세무대리인, 납세의무자 모두 '윈윈(Win-Win)'하는 납세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징계권 이관문제가 추구하는 이상형이다.
사실 이 문제는 오늘의 관심거리만은 아니다. 지난 '83년도에도 '종합관리규정'이라는 이름으로 세무대리인을 차등 관리한 바 있다. 서면 결정의 혜택도 줬고 징계요구와 함께 조정반 등록의 특전도 배제당한 부실세무대리인도 접한 적이 있다. 추계과세제의 병폐인 과세권자의 과잉 조사와 관련한 선진세정의 바로미터로 가늠되는 세무조정권은 곧 서면 결정의 태동으로 이어진다.
이 중의 하나가 세무대리영역의 개척이고 과세권 행사의 극히 제한적인 위임이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있는 부실기장대리라든가 명의대여행위, 고의적 탈세상담행위가 여전한 세무대리행위는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이를 두고 과세 관청은 '탈세방조행위'라 일컬어도 무리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세권자와 납세자 사이에서 조정자(調整者)역을 맡은 세무사에게 공정성과 중립성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에 징계권도 주어진 것이라 본다. 성실한 세무대리를 담보하기 위해 권한과 책임을 한꺼번에 손에 쥐어준 것이라 생각한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갖게 한 것은 역할과 기능을 확대·개선하자는 국세청의 기본의지이기도 하다.
'국세행정의 동반자'임을 자청해 온 국세청이 징계권을 갖게 된다면 칼자루를 쥐어주는 꼴이라는 것이 세무사업계의 수면(水面)위의 여론이다. 국세청 개청이래, 그것도 세무사업계 탄생이래 처음 세무사회를 방문한 李 국세청장의 행보를 놓고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풀이들이다.
세무사업계쪽에서는 징계권 이관문제를 바닥에 깔고 어려운 걸음을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세무사를 배제하고 국세행정을 논할 수 없다'고 할 만큼 무게를 두더니 징계권을 손에 넣고 좌지우지하겠다는 '놀부속셈'이 고작이냐는 쓴소리의 강도가 만만치 않다.
필요악(惡)의 관계에 있다보니 목적은 같아도 과정상의 문제가 '쌀밥의 뉘'의 현상을 연출하게 되는 모양이다. 국세행정의 한 축(軸)으로 혁신의 중심에 우뚝 서서 동참하자고 주문하는 국세청이나 세무대리시장의 포화상태로 과당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세무사업계가 추구하는 끝자락의 고뇌는 매한가지이다.
그러나 세무대리업무와 관련된 '규정'에 세무사 징계요건 조사기준을 신설해 귀책사유를 따져 징계요건 조사를 의무적으로 하겠다는 국세당국의 구상을 가볍게 보긴 어렵다. 힘겨루기 '제2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임이 분명하기에 말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허위재무제표 신고서류를 확인해 줘, 재경부 세무사 징계위로부터 징계처분을 받는 사례가 흔히 있었다. 납세자의 권익보호가 세무사의 사명이라면, 과거와 같은 일방적 관계를 지양하고 대등한 관계가 형성될 때만이 위상정립도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싶다.
외국의 선례를 지적할 것도 없이 징계권을 협회에까지 이양할 만큼 선진행정을 추구한 나라도 많다. 국세청으로의 이관문제는 비단 세무사업계만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볼때 더욱 그렇다. 제1라운드의 '재경부 존치'로 자족해선 안된다는 자성(自省)의 소리가 높은 것도 다행스럽다.
낡은 틀을 벗고 납세자의 참된 대변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협력과 견제'라는 세무대리 문화가 더욱 성숙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