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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3. (금)

[時論]분식(Window dressing)과 투명(See through)

김종상(金鍾相)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몇년 사이에 국내·외에서 "분식" 그러니까 회계정보(자료)의 분식이 큰 사건이 되고 비전문가들인 일반사람들에게도 온통 화두(話頭)가 되고 있다.

분식(粉飾)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아름답게 또는 훌륭하게 보이기 위해 겉을 꾸미는 것으로 한마디로 한다면 겉치장'이라고 정의하고 있느니만큼 얼굴, 옷차림 등이나 어떤 장소를 예쁘게 꾸미는 것 등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회계자료, 결산에서의 분식이 큰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분식결산(회계)은 기업이 부당한 방법으로 그 재정상태나 경영실적을 지나치게 좋게 또는 줄여서 회계처리(결산)를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영어로는 아주 적절하게도 window dressing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것은 가장 좋은 제품이나 의류를 쇼윈도우에 진열하거나 마네킹에 입혀 보여서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의 유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이 분식회계로 진실보다 훨씬 좋게 보이도록 부풀리거나 감추어진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을 통해 투자자, 채권자, 정부기관, 국민들이 잘못된 판단(투자, 대출, 국가정책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은 쇼윈도우의 잘 꾸며진 모습을 보고 소비자가 억지구매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회계의 분식은 원래 본능적이고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최근에 미국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엔론'사건 등으로 세계의 3대 회계법인이었던 Anderson이 순식간에 파산하게 된 것은 재작년 9·11사태로 뉴욕의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순식간에 무너지던 장면을 보던 것과 같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 영향은 주식시장에서 태풍 같은 주가폭락같은 사태로 이어졌고 나빠지는 경제상황은 국가 전반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으므로 이라크 전쟁같은 중요 국방외교문제현장에서나 보던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10대 회계개혁방안을 발표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IMF이후 부실 재벌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분식회계문제가 적나라하게 노출돼 큰 홍역을 치렀으며 지금도 어떤 그룹의 분식회계의 심각성은 북한의 핵문제 등과 같은 차원으로 국가 전반의 운명을 좌우할 중차대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분식에 대한 정반대의 개념은 투명(透明)이라고 하겠는데, 그 뜻은 '조금도 흐리거나 탁한 데가 없이 속까지 환히 트여 맑은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기업의 회계정보의 투명성이 다시는 IMF 같은 위기상황을 초래하지 않을 해법으로 크게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영어로는 'Clearness' 또는 'Transparency'라고 할 수 있지만 잘못되고 왜곡된 내용을 가려내고 진실 또는 진면목(眞面目)을 바로 본다는 점에서 '빛이 잘 통해 속까지 환히 보인다'는 뜻으로 'See through'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회계결산이나 회계자료가 분식되지 않고 진실된 내용을 나타내고 있는가를 살피는 공인회계사들의 회계감사가 기업회계의 투명 여부를 가리는 것이'See through'라고 할 것이다.

2차적으로 이들이 회계감사를 잘 했는지를 검토하는 감리(監理)절차가 자체적으로 운영돼 투명성 확보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런 업무들의 총괄적인 지휘·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그 산하의 증권선물위원회가 철저한 법령의 규제와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분식회계를 방지하고 그 사례들을 적출하는 전문가 집단인 한국 공인회계사회는 최근 3년 동안의 연구·검토한 내용을 집약한 공인회계사윤리규정을 개정하고 있다.

예전의 다분히 개념적이고 선언적이던 규정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예를 들면 공정· 투명한 회계정보의 감사에서 가장 긴요한 요소인 독립성이 훼손되는 위험(risk)을 일일이 구분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 적용지침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이고 진일보한 직업윤리기준을 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얼마전 국세청에서도 새 청장이 부임하면서 국세행정방향을 '공정·투명·신뢰'로 정했는데 지금까지의 방향과 달리 '투명'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공감하는 바 있었다.

그 내용은 국세행정의 내용을 "조금도 흐릿하거나 탁한 데 없이 환히 내보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과의 신뢰를 얻도록 하겠다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일반기업이 자신의 과세소득인 당기순이익을 축소, 분식하는 경우에는 업종별로 전문화된 능률적인 조사체제와 유능한 조사요원이 꿰뚫어 보는(See through) 투명한 조사를 통해 바른 납세풍토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되는 것이다.

이제 현대사회의 경제활동의 기초인 기업이 확대, 또는 축소하는 '분식이 투명'해지므로써 '너와 내'가 모두 신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 경제 발전이, 그리고 국민총화가 이루어지고 국가와 민족의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본란의 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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