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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세우칼럼]조삼모사(朝三暮四)

고은경 세무사


세금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은 매년 이맘 때면 평소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상담을 받게 된다. 바로 근로소득자들이 연말정산을 위한 서류준비를 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자들은 매월 급여를 지급받을 때 이미 세금이 원천징수된 후의 급여를 지급받기 때문에 자기가 납부한 세금이 얼마였었는지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다가 연말이 되면 각 언론매체에서 연말정산과 관련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게 돼 금년에 개정된 세법 내용은 어떻고, 연말정산을 할 때의 유의사항 및 대부분의 근로소득자들이 얼마의 세금을 환급받게 된다는 둥의 기사들을 접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왠지 서류를 챙기게 되고 과연 얼마나 환급받을 수 있을까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이로 인해 국세청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세무정보를 제공하는 각 사이트마다 연말정산과 관련된 상담이 폭주하게 된다.

금년에 개정된 세법 내용은 종합소득세율의 인하, 근로소득공제액의 확대, 경로우대 장애인공제액의 확대, 연금보험료공제액의 확대, 의료비 및 교육비 공제대상의 확대 등으로 근로소득자들이 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적용되는 세율도 10%씩 인하됐기 때문에 매월 정상적으로 세금을 원천징수에 의해 납부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꽤(?) 많은 세금을 환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정산한 결과 근로소득자 개개인별로 환급세액이 발생하게 되면 당해 근로소득자들은 그 환급세액을 원천징수의무자인 회사로부터 연말정산한 달에 현금으로 돌려 받게 된다. 따라서 연말정산한 달에는 어느 회사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된다. 생각지도 않았던 세금을 돌려받는 근로소득자들은 마치 공돈이 생긴 것처럼 즐거워서 그 세금의 산출과정을 자세히 알아 볼 생각도 않은 채 돌려받은 돈 일부를 갹출해 회식을 하기도 한다. 반면 간혹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남들은 다 환급받는데 본인만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고 하면 왠지 억울하고 부당한 것 같아 그 세금 산출과정을 다시 따지게 된다. 혹시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영수증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것은 없는지, 어떻게 하면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지 등 여러가지 방법을 찾게 된다.

사실은 연말정산 결과 세금을 환급받게 되는 사람은 매월 원천징수 당시 더 많은 세금을 납부했었기 때문에 연말에 이를 돌려 받게 되는 것이고, 연말정산 결과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사람은 매월 원천징수 당시 더 적은 세금을 납부했었기 때문에 연말에 더 내야 하는 것 뿐이다. 따라서 환급받는 사람이 더 좋아할 이유도 없고,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사람이 더 억울해 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관계로 사람들 대부분은 연말정산 시점에서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학창시절에 배운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송(宋)나라의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좋아해 많은 원숭이를 기르다 보니 먹이 대는 일이 날로 어려워 져서 원숭이에게 나눠 줄 먹이를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먹이를 줄이면 원숭이들이 자기를 싫어할 것 같아 우선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朝三暮四)씩 먹이를 줄 것이라고 말하자 원숭이들이 하나같이 화를 냈단다. 그래서 다시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朝四暮三)씩 주겠다고 하니까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고 한다.

연말정산 결과 세금을 환급받게 되거나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따라 그 반응행태가 달라지는 것을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비유하는 것이 억측인지는 몰라도 만약 누군가가 이를 염두에 두고 매년 세법 개정을 통해 연말정산할 때 더 많은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 납세자들의 조세저항 심리를 잠재우고자 한 것이라면 금년이야말로 대성공을 거둘 것이다. 벌써부터 대부분의 근로소득자들이 1인당 몇십만원씩은 환급받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마치 정부에서 큰 인심을 쓰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고, 납세자들은 돌려 받을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 나라 조세행정의 가장 큰 문제점인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간의 세부담 불균형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일부 자영업자들의 세금계산 방식도 근로소득자와 같은 방법으로 매출 발생시 일정 세액을 원천징수하고, 확정신고기간에 정산신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매출 누락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으며 정산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환급받을 수 있게 한다면 조세저항의 문제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보험모집인 등과 같이 일부에 한해 적용하고 있으나 이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社外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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