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고 풋풋한 야생화들이
올망졸망 정답게 한 자리에 모여
해맑은 웃음을 보내오는 정경 앞에서
나는 그저 몸둘 바를 모른 채
난감한 마음을 감추기에 급급해야만 했다.
허황하고 부질없는
허상(虛像)을 뒤쫓는 일에만
무수한 세월과 정열을 허비했던
지난날의 어리석은 나의 행색이 떠올라
얼마나 민망했던지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영원한 청년(靑年) 윤동주 시인처럼
나의 부끄러운 참회록을
몇 줄의 글로 서둘러 줄여야겠다.
지금껏 너는 이웃을 위하여 진정으로
다정한 눈길 한번 제대로 건넨 적이 있었는가?
정다운 웃음을 단 한번이라도 보낸 적이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