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속에서 사내는 길을 잃었다 우직하게 일만 알고 헌신하였지만 그의 자리는 헌신짝처럼 치워지고 우거진 빌딩 숲으로 밀려났다 비가 오려는 듯 일개미들 분주하다 해고로 버려진 구제역들 틈에 사내도 끼어 있었다 生을 절뚝거리며, 무릎으로 기어가는 시위대들 몸이 온전한 사내의 마음도 버둥거린다 저승사자 같은 트럭 쓰러진 동료 싣고 사내의 팔다리도 들려진다 무슨 잘못이 있는지 왜 하필 나냐고 고래고래 소리치지만 기척 없는 동료 옆에 처박혀지는 사내 시야에 보이던 높은 빌딩 사라지고 두려움은 어디로 가는가 처자식들은 어찌 살아갈까 안성 부근 인적 드문 산자락 파헤쳐진 땅 옆에서 개망초 수군거린다 산더미처럼 쌓여지는 쓰레기 아닌 쓰레기들 일에 목마르던 포크레인 뒤엉킨 生을 잠재우고 저항할 수 없는 가슴 찔러 부피를 줄인다 삶을 해고당해 가물거리는 울음소리 붉은 눈물 흘리며 생매장되는 사내의 안구가 누군가를 쏘아보고 있다 일 마치고 떠나는 포크레인이 발목을 절며 기우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