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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8.04. (월)

기타

[寸鐵活仁]좁은땅 넓게 살자

-우리 시골 아직도 넓고 곱다



장재철(張在鐵) 시인
本紙 論設委員

삼강오륜은 사회도덕의 기본이지만 우리의 일상적 체험을 통해서 볼 때 그 소중한 기본도덕이 콜록콜록 캑캑 각혈을 하며 얼굴폭이 날로 파리해지는 데가 대도시이며 그 대표적인 곳이 `만원버스속'이다.
`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옛말도 있지만 비좁은 버스안에서는 사돈댁 처녀와 밀착동석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숙녀도 신사도 만원버스속에서는 동물원의 코끼리처럼 밀고 밀리고 할 수밖에 딴 도리가 없다.

책가방을 맨 귀여운 아이들이 어른들의 그 코끼리 발에 짓밟혀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면 새삼스레 교자나 망아지를 타고 다니던 그 옛날이 그리워진다.

그러나 요즘의 좌석버스는 그와는 아주 好對照를 이룬다. 앞을 다투는 법도 없고 손님끼리 싸우는 일도 없다. 좌석버스의 승객이라고 그날 아침에 사서삼경이나 명심보감을 읽고 나온 것도 아닐 것이고 무슨 특별한 예절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아닐 것이다.

지옥과 같은 만원버스와 천당의 응접실같은 좌석버스의 차내풍속은 불과 몇 백원의 돈이 만든 문자 그대로 `종이 한장'의 차이인 것이다. 좌석이 비어 있고 여유가 있으면 승객은 너나없이 모두가 어질고 착해진다.

그러기에 道義라는 것은 누가 강요한다고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원버스에 손님을 집어넣고 長幼有序를 지켜라, 남녀간 內外를 하라고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별 소용이 없다.

그러니 공중도덕을 백번 천번 외치는 것보다는 넓은 안정된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우리가 사는 국가나 사회도 그럴 것이다. 마음에 여유가 없고 생활터전이 비좁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추악한 인간군상이 득실거리고 孔孟의 도를 닦는 일등 신사·숙녀인들 아비 규환의 생지옥속에서 체면과 체통을 지킬 경황이 어디 있겠는가?

단돈 몇 백원 차이가 聖賢의 가르침보다도 인간을 더 도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서글픈 例證에서 우리는 더욱 큰 悲凉과 아픈 悟了를 느낀다.

끝으로 맺는 말 한 가지. 우리땅 남한에도 비싼 돈 안 내고도 볼 수 있는 名山 大川 경승이 얼마든지 많은데 왜 하필 돈 많이 들고 입두고 말도 못하는…….

以下는 나라돈 아끼라고 아무리 외쳐도 들은 체도 하지 않는 목이 말라도 물가에 가기를 마다하는 `드센 사람'들에게는 `가슴에 쇠 못'이 될 것 같아 참고 그만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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