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유대행업체·외항선박 공모…시세의 30%에 무자료 매입, 먹튀주유소에 판매
국세청, 지난 3개월간 유류업체 35곳 세무조사
'개업 1년 이내' 먹튀 의심 신규 주유소 10곳 즉시 폐쇄
조사착수 당일 먹튀주유소 4곳 현장유류 2억원 어치 첫 압류
먹튀 주유소를 무려 19개 운영하면서 선박용 경유를 무자료 매입해 가짜석유로 만들어 판 일당이 국세청에 적발돼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검찰 고발됐다.
국세청은 지난 9월부터 이달 초까지 먹튀주유소 등 35개 유류업체를 조사해 무자료 유류 304억원, 가짜석유 44억원 어치를 적발했다고 11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19개 먹튀주유소를 운영한 이들은 교도소에서 만난 이모씨와 박모씨로, 이들은 출소 후 바지사장 명의로 석유판매대리점과 19개 먹튀주유소를 세웠다. 가짜석유를 만들어 차량용 경유로 속여 파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자동차용 경유와 무자료 선박유, 값싼 등유를 혼합해 44억원 어치 가짜 석유제품을 만든 후 자신들이 운영하는 19개 먹튀주유소에서 차량용 경유로 속여 팔았다.
심지어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도피자금 1억원을 주기로 하고 대신 처벌받을 사람 2명을 포섭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착수 당시 19개 먹튀주유소는 이미 폐업 상태였으나, 이모씨를 추적해 관련 세금을 부과했다.
노숙자나 빈곤자를 내세워 같은 장소에서 먹튀주유소를 반복 운영한 상습범도 적발돼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됐다.
김모씨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올해 11월까지 5차례 폐업을 반복하며 같은 장소에 먹튀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조사 착수 당시 노숙자 명의로 사업 중이었다. 이 노숙자는 국세청 조사에서 치아 보철을 위해 120만원을 받고 명의를 빌려줬다고 한다.
김모씨는 국세청이 조사에 착수하자 곧바로 무단 폐업하고, 같은 장소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기초생활수급자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재개업하는 과감성까지 보였다.
국세청은 조사 착수 당일 주유소에서 확보한 수첩에서 관리소장의 연락처와 소재를 파악하고, 일일수입금액 장부를 통해 수익금 귀속자를 추적한 결과 실행위자 김모씨를 적발했다.
김모씨는 매출누락 68억원·무자료 매입 54억원에 대한 세금을 부과받았으며 고액 세금계산서 미수취 혐의로 고발됐다.
국내 정유사와 급유 대행업체, 브로커, 외항선박이 연계된 먼세유 무자료 거래 행태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정유사로부터 면세유 11만4천㎘를 급유하도록 지시를 받은 급유대행업체는 브로커한테 뒷돈을 받을 목적으로 외항선박과 공모해 1만4천㎘를 빼돌렸다.
브로커와 연계된 판매대리점은 빼돌린 면세유를 시세보다 30% 싼 가격에 무자료로 매입(시가 100억원 상당)해 먹튀주유소에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거래 당사자간 통정에 의한 고액 세금계산서 미수취 혐의로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번 조사과정에서 먹튀 혐의가 짙은 개업 1년 이내 신규 주유소 10곳에 대해 명의위장 및 무자료 유류 거래 등을 확인하고 즉시 폐쇄 조치했으며, 조사 착수 당일 조세채권 확보를 위해 석유관리원․경찰과 공조해 먹튀주유소 4곳의 현장유류 127㎘(탱크로리 6대, 시가 2억원 상당)를 처음 압류하는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