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 부담 경감 혁신방안 제시
전체 조사기간 중 50~70%만 현장조사 운영
올해말까지 서울·중부청 정기조사 대상 시범 운영…모든 관서 확대
세무조사 사전통지 기간 15일→20일
법인-연간 수입금액 500억 미만, 개인-100억 미만 한정
'자료제출 요구 가이드라인' 개편…포괄적 자료 요구 원칙적 금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 사전통지를 받은 A씨. 제조업을 운영 중인 A씨는 사업상 중요한 의료기기 인허가 업무가 진행 중인 탓에 세무조사를 동시에 준비하기에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세무조사 사전통지기간이 종전 15일에서 20일로 늘어남에 따라 급한 인허가 업무를 처리한 후, 회계장부를 정리하면서 조금은 여유 있게 세무조사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부동산 임대업체 재무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B 씨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어떤 자료를 요구할지” 조바심이 일었다. 다행히 ‘2020년 4월30일 임대료 수입과 관련한 C 社와의 임대차 계약서’처럼 관련 자료를 구체적으로 요구한 국세청 직원의 말에 자료를 준비하는 부담도 줄고 막연한 불안감도 차츰 사라지게 됐다.
국세청은 16일 납세자의 세무조사 부담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사전통지 기간 확대 △현장조사 기간 축소 △자료제출 요구 합리화 등 3가지 세무조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방안 가운데 하나인 세무조사 사전통지 기간은 그간 지속적으로 확대돼, 1996년 7일에서 2007년 10일로, 다시금 2018년 15일로 연장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세무조사 사전통지 기간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으나, 지난해 8월 김창기 국세청장과 대한상공회의소와의 간담회에서 “납세자가 세무조사를 충실히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상공인들의 의견이 개진됨에 따라,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은 높이고 세무조사 준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사전통지 기간이 더욱 확대된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사전통지 기간을 조사 시작 20일 전으로 확대하되, 대상은 정기 세무조사 가운데서도 연간 수입금액 500억원 미만 법인사업자와 100억원 미만 개인사업자 등 중소납세자에 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세무공무원이 납세자의 사업장에 직접 방문해 질문·조사하는 방식의 현장조사 기간도 축소된다.
국세청은 회계처리가 투명하고, 탈루 혐의가 크지 않으며 자료 제출에 적극 협조하는 경우 현장조사 기간 관리대상으로 지정해, 현장 조사일을 전체 조사 기간의 50~70%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서 착수하는 정기 세무조사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후, 개선사항을 보완해 모든 관서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국세청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현장조사 기간을 축소할 경우, 공정과세를 실현하면서도 세무조사에 따른 기업경영 부담감도 한결 해소될 전망이다.
한편,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고 자료제출에 따른 납세자 부담을 축소하기 위해 ‘자료제출 요구 가이드라인’이 개편된다.
국세청은 종전에도 세금 추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중복된 자료를 요구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지난해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세·세무행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세무조사를 받을 때 과도한 자료 요구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목소리가 개진됐다.
국세청은 이같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자료제출 요구 가이드라인’을 개편·시행한다고 밝혔다.
포괄적 자료 요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자료제출 요구 목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관리자의 사전검토를 거쳐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자료를 요구한다.
한편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 혁신방안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세무조사’를 위해 적법·공정·공감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결과물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정과세를 위해 세무조사의 실효성은 확보하면서도 납세자의 의무가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법절차·적법과세 전담조직을 운영해 납세자 부담을 낮춰 왔다”며 “여기에 더해 적법절차와 적법과세 가치가 세무조사 전 과정에 관행과 문화로 확립되도록 조사행정을 진단한 끝에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이번 혁신방안의 탄생 배경을 전했다.